조합원의 선택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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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의 선택은 시작이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2.07.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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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농협 조합장 선거가 끝났다.

조합원들은 십수년전 7개 읍ㆍ면 단위농협 합병을 주도했던 당시의 조합장(9대)을 새 조합장(13대)으로 선택했다. 정관 개정을 통해 상임조합장을 비상임조합장으로 바꾸고 물러났던 조합장이 새 조합장이 되었다. 그는 오는 8월 취임하여 2015년 3월 전국 지역농협장 동시선거 때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순창농협은 군내 7개 읍ㆍ면을 관할하는 대형농협이다. 순창농협 4790명 조합원 가운데 5분의 4에 육박하는 3672명이 투표해서 새 조합장 당선자에게 절반이 넘는 1961표를 주었다. 현 조합장에게는 1036표, 농협개혁을 기치로 신생 도전한 후보에게는 644표를 주었으니 조합원들은 개혁이나 약진보다는 보수와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농협은 5ㆍ16 군사정변이 일어난 1961년 8월 15일, 구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을 통합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겸영하는 종합농협으로 탄생했다. 당시 정부는 ‘보릿고개’, ‘고리채’ 해소 등 농촌의 현안을 해결하고 식량자급 등 농촌경제의 근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농협 조직정비를 추진했고 전국의 모든 농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계통조직을 구축하여 농사자금과 비료, 농약 등 농사자재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까지는 지역 조합들이 합병을 통해 성장하고 중앙회가 체제를 정비한 시기다. 이 시기에 현재까지 유지되는 많은 농협사업들이 닻을 올렸다. 69년 농촌지역에서 농협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시킨 상호금융(신용사업), 70년 하나로마트의 전신인 연쇄점을 운영하는 생활물자사업이 도입됐다.

60년대 시ㆍ군 농협은 70년대에 들어서 읍ㆍ면 단위농협을 설립한다. 순창단위농협은 1972년 8월 14일 당시 읍내 각 마을에 구성돼있었던 리ㆍ동 조합을 통합하여 설립됐다. 그 후 1989년 인계단위농협, 적성단위농협, 유등단위농협을 합병했고 1996년 팔덕단위농협, 1997년 쌍치단위농협, 1999년 풍산단위농협을 합병하여 오늘날의 규모를 갖게 된다.

중앙농협은 물론 지역농협에 대한 평가는 하늘, 땅을 치고 난다.

누구를 위한 농협인가. 말은 ‘농민위해’ 실은 ‘농민위에’ 있다는 힐난이 난무한다.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민의 삶의 질을 제고가 당초의 설립 이유였으나 공보다는 과오가 크다는 평가가 대세다. 비대해진 조직, 떨어지는 효율성, 중앙회장에서 지역 조합장까지 툭하면 터지는 비리, 반복되는 농민에 대한 희생 강요는 농업ㆍ농촌 현장에서 원성이 끊이지 않는다.

신토불이를 외치는 농협의 하나로마트에는 수입산 농수축산물이 넘친다. 사룟값은 현금으로, 농약값은 고가의 계통구매로, 조합장ㆍ중앙회장 선거비리가 넘쳐난다. 이런 농협의 행태를 근원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지난 2009년 말, 신용ㆍ경제사업 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협개혁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농협의 반대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중앙회 산하에 이름도 생소한 금융지주회사, 경제지주회사로 분리되었으나 이마저 졸속으로 처리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을 사고 있다. 농협이 수십년간 추진해온 신경분리 구조개편이 간단한 공정거래법 하나 검토하지 못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지적이다.

농협의 문제는 법이나 제도가 바뀐다고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중앙회장을 비상임으로, 지역 조합장 역시 상임, 비상임을 따질게 아니며 신용ㆍ경제사업의 제도적 분리에 앞서 근본적 행태와 발상을 바뀌지 않는 한 진정한 농협개혁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농협을 위한 농협이 아닌 농업과 농민을 위한 농협이 되어야 한다”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 조합장 당선자는 지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조합장을 역임했고 도의원을 지낸 정치가다. 당선 후 그는 “조합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조합장이 직접 찾아가 물어 보겠다”며 “몸을 날려 일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조합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찾아온 조합장에게 ‘좋은 소리’만 전하기보다는 평소 생각을 말하고 실천을 지켜봐야 한다. 조합원의 조합장 선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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