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에서 바라본 술 권하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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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서 바라본 술 권하는 문화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07.24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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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 말술인 기자가 최근 술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어느 행사에나 빠지지 않는 술 권유는 짐짓 점잖다가도 손목을 잡아채는 경우가 있으니 술에 약한 체질도 문제거니와 타고 온 차량이 눈에 거슬린다. 아버지뻘 되는 어른들이 서로 좋자고 내민 잔을 내치기도 뭐하니 어쩔 땐 후회할 걸 알면서도 한 잔씩 입에 대는 경우도 있다. 일 년에 수 십 차례, 친분도 있지만 강요성이 다분한 술 권유를 거절해야 하는 고민은 어느덧 직업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대된 것은 최근 겪은 몇 가지 일들이 계기다. 어느 분은 지속적으로 ‘한잔’을 권하고 어느 분은 “술이 앞에 놓여야 얘기가 된다”는 인식을 인정할 때까지 설파하며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니 사실 술을 즐기는 무리 안에 편입되기를 희망하는 압력이 아닐까 싶다. 그 반발심이 때론 술을 애써 외면하게 만든다는 고민에 이르자 술과 연관된 다양한 행위에 대해서도 사색 아닌 사색을 하게 된다. 최근 잇따라 교통사고가 나고 음주운전에 의한 희생자가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막걸리 한잔 들이켜야 힘든 농사일을 감당한다고 경찰조차 인정하는 술에 대해 관대한 지역문화가 음주운전까지 아우르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최근 경찰이 단속 고삐를 쥐면서 몇몇 술집이 음주측정을 반대한다는 얘기들이 밖으로 나오는 것은 우려된다. 사실 이런 얘기는 음주운전을 처벌 대상으로 정한 법을 대놓고 어기라는 꼴이 된다. 술에 취한 문화를 개선할 방법을 찾는 것이 난이도 높은 숙제다. 하나 덧붙이자면 음주운전 사고는 가중처벌하면서 음주 후 폭력 등에 대해서는 처벌을 약하게 하는 ‘주취감경’이 불과 2년 전까지 유지돼왔다. 술을 마시면 문제를 일으켜도 봐주는 비정상적인 판결들의 결과가 술에 취한 문화와 사회를 부추긴 셈이다.

얼마 전 야간운전을 하는 도중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을 만났다. 인사를 한 후 음주측정을 하려던 경찰은 측정기를 멈추고 그냥 가라는 말을 건넸다. 음주운전도 아닌 상황이지만 경찰과 기자 사이에 어색함이 감돌았다. 그의 행동에서 느껴진 부자연스러움과 기자가 느낀 거북한 기분은 서로 불필요하고 원치도 않았던 특혜를 주고받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을 테다. 그가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이 군에도 정착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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