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식도/ 경험이 많은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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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식도/ 경험이 많은 사람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7.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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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 늙을 노 馬 말 마 識 알 식 途 길 도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38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마오쩌둥(毛澤東)의 병사로 막을 내렸을 때, 원로(元老) 예젠잉(葉劍英)과 리셴녠(李先念) 등이 장칭(江靑) 등 4인방을 체포하고 덩샤오핑(鄧小平)을 불러올렸다. 그 후 천윈(陳雲)과 왕전(王震)은 화궈펑(華國鋒)을 몰아내고 덩으로 하여금 개혁개방에 나서게 하였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때는 양상쿤(楊尙昆)·보이보(薄一波)·펑전(彭眞) 등 원로들이 강경 분위기를 주도하여 자오즈양(趙紫陽)을 숙청하고 유혈진압을 결정하였다.

덩샤오핑은 장쩌민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고 평당원으로 남았지만, 원로의 자격으로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원하면서 죽을 때까지 실력자로 남았다. 2002년 물러난 장쩌민은 리펑(李鵬)·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등과 더불어 원로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덩(鄧)과는 달리 현직이 주관하는 주요공식행사에 자주 나타난다.  

한편, 최근 홍콩의 밍빠오(明報)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지내다 1993년 은퇴한 완리(萬里)가 다른 원로들과 다른 행보를 하여 민중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즉, 은퇴 후 자리를 맡지 않고(不在其位)ㆍ정치를 도모하지 않고(不謀其政)ㆍ세상사를 묻지 않고(不問事)ㆍ세상사에 관여하지 않고(不管事)ㆍ일을 만들지 않는(不惹事) ‘5불원칙’을 지키고 또한 무슨 행사의 테이프를 끊으러 다니지도 않고 명예직도 사양하고 남의 글에 서문 따위를 써주지도 않는 ‘3수칙’을 통해 장수하고 있다고 호평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비록 전직우대의 전통을 갖고 있지만, 물러난 후에도 현직 후배들 앞에 자주 나타나는 원로를 싫어한다. 그러므로 자기를 과시하는 장쩌민보다는 후배들이 노마식도(老馬識途)의 예를 갖추어 모시려 해도 나타나지 않는 완리나 주룽지 같은 사람이 더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한비자ㆍ설림상(韓非子ㆍ說林上)》에 나온다. … 관중왈, 노마지지가용야, 내방노마이수지수득도(管仲曰, 老馬之智可用也, 乃放老馬而隨之遂得道) 관중이 말하였다. “늙은 말의 지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바로 늙은 말을 풀어 뒤를 따르니 길을 찾게 되었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친히 대군을 이끌고 고죽국(孤竹國)을 치러 갔다. 그런데 고죽국이 거짓으로 투항하는 술수를 쓰는 바람에 그만 인마가 큰 사막으로 들어가 길을 잃고 말았다. 

제나라 대군은 엄동설한의 추운 겨울인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 모래가 날리면서 안개가 낀 것처럼 앞뒤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우왕좌왕하였다. 미궁에 빠져 아무리 해도 나갈 길을 찾아내지 못하게 되자 모두들 초조하여 ‘이러다간 식량도 떨어지고 마실 물도 떨어져 그대로 죽겠구나’ 하는 걱정만이 커졌다. 이때 환공을 수행한 관중(管仲)이 한 가지 의견을 내었다.

“늙은 말의 지혜를 시험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말을 키워 본 사람들은 ‘늙은 말에게 길을 아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환공도 관중이 말하는 뜻을 알고 바로 몇 필의 늙은 말을 앞세우고 대군이 그 뒤를 따랐다. 과연 말이 원래 들어왔던 길을 찾아내어 마침내 대군이 사막을 빠져 나와 순조롭게 제나라에 돌아올 수 있었다.

 

오래 된 말이 확실히 원래 다녔던 길을 알아내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 성어이다. 후세 사람들이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으므로 경험 많은 사람이 갖춘 지혜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말로 흔히 연장자를 우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인용하였다.

문도어맹(問道於盲)은 ‘소경에게 길을 묻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침을 청하다’는 뜻으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물건의 행방이나 사태의 추이에 대해 묻는 어리석은 태도를 비유한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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