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핍인/ 기세가 등등하여 윽박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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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핍인/ 기세가 등등하여 윽박지르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8.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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咄 꾸짖을 돌 逼 닥칠 핍 人 사람 인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39

중국의 국민총생산액(GDP)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가 되었다.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한 중국외교에 대하여 국제사회는 아연하여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주시하고 있으며, 주변 국가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 그간의 중국외교의 흐름을 한 번 짚어 본다.

불칭패(不稱覇), 패권자라 칭하지 말라. 마오쩌둥(毛澤東)의 교시로 당시 소련과 미국 두 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었다. 이어 개혁개방을 제창한 덩샤오핑(鄧小平)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말한다. 경제성장을 위해 불필요한 대외 마찰을 줄여야하는 현실에 따라 ‘빛을 감춰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면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 는 의미였다. 중국이 의미 있는 ‘노’를 외치기 시작한 것은 경제역량이 커지기 시작한 ‘90년대부터였다. 장쩌민(江澤民)은 도광양회의 기조에서 벗어나 ‘필요한 역할은 한다’ 는 유소작위(有所作爲)의 모습을 보이며 ‘책임대국론(責任大國論)’을 제기했고, 후진타오(胡錦濤)는 중국의 부상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으니 누구를 딛고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협력과 공존을 통해 세계평화를 이루겠다’ 며 자신 있게 화평굴기(和平崛起)를 내놓았다.

근년에 위안화 절상문제나 무역마찰 등 외교안보현안에서 보이는 중국의 행보에서 사람들은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 는 돌돌핍인(咄咄逼人)이라는 말을 떠올리고 있다. 중국은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많은 나라와 단체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센카쿠(尖閣)열도 영유권 분쟁 때에는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고 간첩혐의로 일본인 을 억류하는 등 무차별 공세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이 뭘 잘 못했느냐며 오히려 큰 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방력과 경제역량이 커지면서 수세에서 공세로 달라져간 중국 외교의 모습 속에서 어느 강대국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부강한 나라가 되어 있지 못하면 바로 돌돌핍인(咄咄逼人)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성어는《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말이다.

동진(東晋, 317-420)시대 몇 명의 명사들이 모여 한담을 나누다가 한 사람이 ‘자기 스스로 보기에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을 말하여 자리의 흥을 돋구자.’ 고 제의하였다. 환현(桓玄)이 먼저 말을 꺼냈다.

“모두석미검두취(矛頭淅米劒頭炊, 창끝에서 쌀을 일어 칼끝에다 밥을 짓는다). 즉, 전장에서는 생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있다. 수시로 한 칼에 죽을 가능성이 있다.”

은중감(殷仲堪)이 이어서 말했다.

“백세노옹반고지(百歲老翁攀枯枝, 백세 노인이 마른 나뭇가지를 오르다). 즉, 노인이 사지에 힘이 없어 몸 상태가 젊은 사람에 비해 크게 뒤지는데도 고목나무의 가지에 오르다.”

고개지(顧愷之)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정상로로와영아(井上轤轤臥嬰兒). 즉, 간난아이를 우물의 두레박 위에 두어 아차하면 우물 속으로 떨어질 것 같다.”

세 사람이 각자 자기의 한 말을 놓고 누구 것이 제일 위험한 것인가 갑론을박하고 있을 때, 은중감의 수하에 있던 한 사람이 자기의 의견을 말하고 싶어 지나가는 말처럼 한 마디 내뱉었다.

“맹인기할마, 야반임심지(盲人騎瞎馬, 夜半臨深池). 즉, 맹인이 눈먼 말을 타고 가다 한 밤중에 깊은 못에 닿았다.”

은중감이 듣고 마치 침으로 쿡 찔린 것처럼 깜짝 놀라 말하였다.  

“너의 그 말이 정말 소름이 끼치고 기세가 등등하구나. 손발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왜? 은중감이 그리 말하였을까? 원래 은중감이 한 쪽 눈이 멀었는데 그 수하에 있던 사람이 말한 구절 중에 자기의 결함을 꺼내어 은유한 것에 깜짝 놀란 것이다. 은중감은 체면과 풍격을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내지 않고 밖으로는 칭찬하는 말을 하였지만 내심으로는 기분이 언짢아져 그 후로 그를 경계하여 멀리하였다. 

‘돌(咄)’은 남을 윽박지르는 소리로 겹쳐 쓴 돌돌(咄咄)은 놀라서 이상히 여기는 소리 또는 모양을 말하는 감탄사로 기예 등이 뛰어난 것을 보고 경탄함을 이르는 말이다. 남을 꾸짖는다는 뜻도 있다. 원래는 남의 글을 그대로 모방하여 마치 진짜처럼 잘 쓰는 것을 칭찬할 때 쓰는 말이었다. 또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여 견딜 수 없게 하였거나 후배가 선배를 능가하여 칭찬을 받는다.’ 는 의미로서 ‘기세가 등등하여 남을 능가하므로 다른 사람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니 감내할 수 없다.’ 는 뜻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유사한 성어로 ‘말에 가시가 돋쳐 신랄하고 매몰차다’는 뜻으로 첨산각박(尖酸刻薄)이 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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