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인권, ‘묻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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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인권, ‘묻지마’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2.08.28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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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충남 서산의 한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이 사장에게 성폭행 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장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 협박이 무서워 내키지 않았지만 함께 모텔에 가서 관계를 갖게 됐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1년 전 대학생활을 마친 기자의 마음을 착잡하게 했던 뉴스. 그리고 겨우 한 주가 지났다. 여느 때처럼 인터넷 톱기사를 보던 기분 좋은 아침,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신나는 에어로빅 음악이 어느 순간 들리지 않았다.

가슴이 먹먹했다. 전과 11범의 전자발찌를 찬 악마가 이른 아침 자신의 성적 욕구만을 위해 두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한 부모의 딸을 성폭행 하려다 저항하자 때리고 칼로 찔러 살해했다는 기사를 읽던 중이었다. 탑재된 영상에는 오열하는 남자와 입술을 깨물고 눈을 부릅뜨며 눈물을 감추는 기자가 있었다. “얼마나 무서웠겠느냐”며 아내를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 남편의 눈물은 당연했다. 옆에서 감정을 숨기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취재를 해야 할 기자의 눈물? 그도 물론 당연했다. 그도 ‘기자’이기에 앞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자발찌를 찬 악마. 전과 11범의 피의자 서진환은 새벽에 음란물을 보다 ‘잡히면 교도소 가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술을 마신 채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순간, 서진환의 발에 채워진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이었다. 아무런 원한도 없는 두 아이의 엄마를 그저 여자라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하는 동안 그녀를 지켜준 건 없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단다. 너무 맞아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한동안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에 대해 인권 유린이라며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성범죄자는 인간이 아닌 악마다. 그런 짐승만도 못한 악마에게 인권이란 게 필요한 것인지 논의하는 것조차 더럽다.

흉흉한 세상이다. ‘묻지마’ 범죄, 부녀자 성폭행 사건이 매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경찰은 성폭력과 강력범죄 우범자를 감시하기 위한 전담 감시팀을 신설하고, 모 당에서는 성폭행범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인 ‘화학적 거세’를 전면 추진하는 등 시끌벅적 난리다. 그러나 그녀는 세상에 없고 남은 가족들의 가슴은 찢겨졌다.

언제 어디서 ‘내가’ 또는 ‘내 사람’이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하는 위안으로 불안한 이 세상을 살아간다. 무엇으로 이 사태를 치유해 나가야 할지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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