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2) 협동조합 하면 농업이다
상태바
협동조합(2) 협동조합 하면 농업이다
  • 서성원 위원장
  • 승인 2012.09.05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성원 전주사회경제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협동조합 기업들은 참 많다

 

FC 바르셀로나 프로축구단도 협동조합

 

1970년대의 축구 스타 요한 크루이프는 “독재자 프랑크 총독이 후원하는 팀에는 가지 않겠다”고, 레알마드리드의 거액 영입 제안을 뿌리쳤던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프랑코 독재의 핍박을 받은 에프씨(FC) 바르셀로나를 선택했고, 바르셀로나 시민의 영원한 영웅으로 사랑받고 있다. FC바르셀로나는 2010년까지 유니폼에 상업성 로고를 달지 않은 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대신 에이즈 어린이들을 돕는 유니세프(Unicef)의 로고를 가슴에 달았다.

‘축구 그 이상’을 표방하는 FC바르셀로나의 홈페이지에는 대기업 구단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17만 명의 주민이 주인이고, 그들의 출자로 이뤄진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6년 임기의 구단 회장도 17만 주민 조합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협동조합의 천국이다. ‘시장(마트) 간다’는 말을 ‘꼽(협동조합 coop의 이탈리아어 발음) 간다’고 한다. 협동조합이 일상생활에 실핏줄처럼 녹아들어 있다. 우리의 이마트에 해당하는 최대 소매업체가 소비자협동조합이고, 건설사와 은행은 물론이고 박물관도 공연장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에서 협동조합은 단순한 대안 경제가 아니다. 전체 경제의 30%를 지탱하는 또하나의 주류 경제이다.

스위스의 미그로 키즈

“스위스에는 ‘미그로 키즈(kids)’와 ‘코프 키즈’가 있다.” 미그로와 코프스위스(코프는 coop의 독일어 발음)는 스위스 소매시장의 40%을 분점하는 양대 소비자협동조합이다. 스위스의 어린아이들은 거의 예외없이 부모가 가입한 협동조합에 따라 ‘미그로’ 아니면 ‘코프’의 매장을 드나들면서 자라난다. 스위스 사람들의 협동조합 사랑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동쪽 앞바다로 5㎞가량 달려 나가면 거대한 풍력발전기 20대가 줄을 지어 하늘을 가른다. 이 풍력발전기의 주인은 미들그룬덴 발전협동조합이다. 발전소 설립자금을 출자한 8600명의 코펜하겐 시민 조합원들이 풍력발전기를 건설했다.

뿌리 깊은 미국의 협동조합, 썬키스트

미국을 자본주의 기업의 천국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협동조합의 뿌리가 깊다. 고급 오렌지의 대명사인 썬키스트는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 기업이다.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의 6000여 감귤 생산농가가 힘을 합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해낸다. 세계 4대 통신사로 꼽히는 미국의 AP 또한 협동조합 기업이다.

유럽의 부자 지역인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전체 경제를 협동조합 기업들이 이끌어 간다고?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와 미국의 썬키스트도 협동조합이라고? 우리에게는 참 의아하게 들리지만, 한반도 바깥세상에서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많은 협동조합 기업들이 국가 경제의 상당한 몫을 차지하면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소매업과 금융 및 농업에서 협동조합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스위스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도 굴지의 협동조합 소매기업들이 그 나라 업계의 선두권을 차지한다. 협동조합 은행의 영업 규모는 이미 유럽 전체의 20% 이상을 점유한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Credit Agricole)과 네덜란드 1위인 라보뱅크(Labo Bank)가 대표적이다. 두 은행은 농민들을 상대로 한 신용사업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독일의 데체트(DZ)방크도 협동조합 은행이다.

뭐니 뭐니 해도 협동조합 하면 농업이다. 선진국의 농업은 협동조합과 한 몸이다. 농업을 끌고 가는 기관차는 자본주의 기업이 아니라 협동조합 기업이다. 유럽 최대의 청과물 도매 회사인 네덜란드의 그리너리(Greenery), 덴마크 양돈 산업의 90%를 장악한 데니쉬 크라운, 이탈리아 최대의 우유 생산업체인 그라나놀로(Granorolo),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원예 농가, 양돈 농가 또는 낙농가들의 공동 출자로 세운 협동조합 기업이다. 농업 개혁의 모범국이라는 뉴질랜드의 농업을 이끌고 있는 폰테라(낙농업체)와 제스프리(키위 수출업체) 또한 자국 농민이 출자지분의 100%를 보유한 협동조합 기업이다.

서성원 전주사회경제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