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46) 내려가는 인생이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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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46) 내려가는 인생이 더 좋아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2.10.18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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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세상살이가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고 하는 노랫말도 있다.

배부르게 먹을 수 없고 따뜻하게 입을 수 없으며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없어서가 아니다.

남보다 더 잘살기 위해 남에게 뒤지지 않고 남부럽지 않게 살기 위해서이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세상살이로부터 진정한 자아는 상실되고 근심걱정이 시작되며 삶은 힘들어진다.

옛날 초나라의 위왕이 장자가 매우 현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장자에게 재상자리를 주겠다는 제의를 했으나 장자는 거절했다. 이때 장자의 형편은 누더기 옷에 끼니갈망을 못할 정도로 어려웠다. 거절 이유는 ‘내가 왜 나를 버리고 남의 도구가 되느냐?’였다고 한다. 누구도 자기 인생을 재생할 수 없는 소중한 삶인데 남의 인생을 복사하면서 남의 도구로 산다는 것 생각해 봐야하지 않겠는가?

현대사회가 경쟁의 원리를 세상살이의 규범으로 삼으면서 사람들은 남보다 더 높은 삶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자기 확대를 시도한다. 자기 확대의 표현 또한 다양하다. 유명 메이커의 값 비싼 의류, 신발을 착용하고 고급 자가용차로 각종 모임에도 나가고 고급 식당을 드나들며 초호화 주택으로 자기과시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 비용이 부담스럽게 들어간다. 신분 상승을 위해 명문대를 나와야 하고 외국유학을 해야 하며 박사학위 정도는 기본이다. 세인들이 부러워하는 직장과 직책, 지위를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오르기 위해서는 난다 긴다 하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쳐야 한다. 직장에서도 경쟁은 계속된다. 내가 올라가기 위해선 누군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해서 몸과 마음은 긴장하고 긴장의 연속은 스트레스를 만들고 거듭 쌓인 스트레스로 마음은 여유를 잃어 불안정해지고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더 높은 곳을 지향하는 경쟁사회가 낳은 인간들의 삶의 모습이다.

높은 곳을 향한 욕망이 클수록 더 많은 일을 만들고 삶의 짐은 더 무거워지며 무거운 짐을 지고 높이 오를수록 더욱 지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니 다사다난(多事多難) 다시다환(多事多患), 일이 많으면 어려움에 많이 직면하고 근심 걱정거리가 늘어난다.

왜 물처럼 내려가면서 살지 않는가? 산에 올라보면 등성이와 정상은 땅이 척박하여 풀과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낮은 골짜기로 내려갈수록 초목이 무성하다. 그리고 모든 골짜기의 물은 더욱 낮은 바다를 향해 내려간다. 그래서 바다는 영양의 보고라 한다. 낮은 곳은 생명이 살기에 적합한 곳이다. 인류의 문명은 강과 바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인생 역시 높은 곳을 지향하다보면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야 하고 지혜는 필연적으로 반칙과 거짓을 동반하며 거짓에 의해 순진성이 망가지므로 순수하고 진실한 사람들은 그의 곁을 떠나니 필연 고독해진다.

일부 출세한 사람들은 산정상의 초목처럼 한결같이 인간성이 메마르고 위선적이다. 세련 돼 있다는 것을 그들은 찬사로 받아들이지만 사실은 반 자연적인 것이다. 낮은 땅이 비옥하듯이 인간미 역시 서민일수록 높아 서민사회에는 사람 사는 맛이 난다. 거짓과 인위에 의해 덜 가공 된다. 자연은 포장을 거부하고 진실만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산은 높이를 자랑하지만 물은 바다의 광대함을 자랑한다. 산은 높기 때문에 모두가 쳐다보지만 바다는 낮기 때문에 모든 물을 포용하고 해서 광대해질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이 높이를 자랑하자 바다가 말한다. 네가 아무리 뽐낸들 우리 물(구름)은 너의 위에 있고 너의 덩치는 나의 치마 속을 벗어날 수 없다. 지구의 70%가 내 몸이고 나머지 30%가 육지라는 사실을 알기나 하느냐? 우리 물은 아래를 지향하기 때문에 평등의 바다로 하나가 될 수 있지만 너희 산은 조그만 녀석들이 도토리 키 재기를 하는구나. 인간들이 너희들을 닮아 도토리 키 재기로 재앙을 만들어 근심, 걱정 속에 인생을 보내는 것은 불행한 일이야? 우리 물을 닮으면 세상이 평화롭고 재앙과 근심걱정이 줄어질 것인데 안타까운 일이야.

노자는 말한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므로 도라 한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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