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우회 정기총회에서 아주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연단에 올라온 황숙주 군수가 재선거 후보로 맞붙었던 이홍기 전 회장을 추켜세우며 공개화해를 선언했다. 군민과 향우 수백 명이 모인 자리에서 과거를 드러내고 갈등을 터는 일이란 쉬운 것이 아닐 텐데 용기 낸 황 군수의 행동에 박수를 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미 선거가 끝난 직후 화해기류가 흐른 것으로 보인다. 황 군수는 이 전 회장이 먼저 내민 화해 손길에 “나는 그만큼 마음이 넓지 못한 것 같았다”며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선거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로 유죄가 확정되고 떨어진 이 전 회장의 위신을 다시 세워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제 해야 할 순서는 군민, 지지자 사이의 갈등 봉합이다. 두 사람이 판을 마련했으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화해하고 무엇을 같이 할 것인지를 정하면 된다. 짧은 시간이나마 목격하고 들었던 기억에 의하면 그 갈등은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도 있었지만 지지후보가 다른 것에서 기인해 사람이 막연히 싫어지고 출처가 불분명한 루머가 확대 생산된 점이 컸다. 정책보다 깎아내리기에 급급한 선거풍토를 바꾸지 않으면, 시기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으면 화합은 불가능하다. 보조사업과 이권에 눈이 먼 극소수 사람들이 대접받는 현실은 그 동안 행정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으로 움직였다는 의미도 된다.
최근 지속적으로 들리는 얘기 중에는 우려스러운 말도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직이 상실된 강인형 전군수가 음지에서는 사실상 군수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특별사면을 받지 못한 그가 사면복권을 받아 다음 선거에 출마한다는 얼토당토 않는 설도 있다. 선거 당시 한 배를 탔던 황 군수와 강 전 군수의 사이는 이미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분은 하자. 행정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이는 오판이다. 군수가 읍ㆍ면 순회를 다니며 주민 애로사항을 들은 것이 어째서 비판받아야 할 일인가. 벌써부터 선거운동 한다며 말이다.
황 군수의 공개화해 배경은 환경도 좋았지만 이런 저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에 대한 호불호는 뒤로하더라도 서로 너무나 잘 아는 이웃끼리의 반목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