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마실길, 콘크리트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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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마실길, 콘크리트가 답인가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11.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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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전국에서 1000여 명이 섬진강 마실길을 걷고자 모였다. 강변을 따라 강경마을에서 장구목 일대까지 조성된 섬진강 마실길은 물줄기는 물론 주변의 풍광이 어우러져 군내 대표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찾는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 곳으로 손에 꼽을 정도면 설명이 더 필요 없다.

그런데 섬진강 마실길은 매번 갈 때마다 점점 환경 친화적, 인간 친화적이기 보다 자동차 친화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지난해 마실숙박휴양단지를 조성한 군은 진입로 포장을 했고 장구목 현수교까지 길에 콘크리트를 부었다. 내친김에 올해는 강경마을 입구부터 들어가는 길도 모두 포장을 마쳤으니 섬진강 마실길의 대부분이 차다니기 편한 도로가 됐다. 내룡마을 진입로야 오래전부터 포장돼있었고 마을 주민이 이용하는 주도로니 논외로 하더라도 섬진강 마실길은 실상 걷기 불편한 길이 됐다.

마실길 걷기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좋은 길을 망쳐놨다며 분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에게는 딱딱한 시멘트길보다 푹신한 흙길이 더 좋다며 자연친화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풍경은 좋지만 오래 걸을 수 없는 길이 섬진강 마실길이라며 아쉬워하는 그들 지적에 할 말이 없었다.

강천산 탐방로와 섬진강 마실길은 모두 사랑받는 길이긴 하지만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 두 길은 눈으로 보는 풍경과 마시며 느끼는 맑은 공기, 풋풋한 풀 향기 모두 감각을 깨우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맨발로도 걸을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모래를 깔고 단장해 편안함을 주는 강천산 탐방로는 촉각과 청각이 더해진다. 흙을 밟을 때의 소리, 미끄러지듯 끌리는 느낌과 푹신함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자동차로 잠시 편하자고 이 감각을 포기하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와 본 사람들은 강천산을 자주 찾는다. 섬진강 마실길은 어떤가. 이곳에 온 사람들은 감탄하지만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왠지 여러 번 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우거진 숲도 밟고 지나기를 반복하면 길이 만들어진다. 섬진강 마실길은 단시간에 뚫어서 만들 길이 아니라 밟아서 꾸준히 만들어갈 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실길에 깔린 콘크리트 양 만큼 정감은 줄었고 아쉬움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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