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의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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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수난시대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11.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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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길조로 여겨졌던 까치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요즘 군에서는 이런 까치를 두고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 많아지면서 농가에서는 흉조로 여겨진 지 오래됐고 과수농가에서는 퇴치작전도 벌이고 있다. 까치 개체수를 어떻게든 줄이거나 방재대책을 지원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군이 난처해졌다. 군조로 지정된 까치를 방재대상에 포함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결국 군은 군조를 삭제하거나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군의회 조례심사특별위원회(위원장 임예민)에서는 유해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피해보상 조례를 심의하며 논란이 벌어졌다.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까치를 왜 포획 보상금 대상 동물로 지정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까치는 군조라서 뺐다는 강문섭 산림공원과장의 설명에 정봉주 의원은 “군조가 과수농가에 피해를 주는데 꼭 까치로 해야 하냐”고 질문했다. 양주철 기획실장은 “군조, 군목, 군화가 없는 곳도 있다. 지정 당시에는 길조였다. 아직 까치가 길조라고 믿는 노인들도 많다. 아무리 농민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지금 포획대상에 넣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에 따라 뺐다”며 “나중에 군조를 바꾸거나 삭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예민 위원장은 “농촌의 향수는 잊어버려야 한다”며 군조를 삭제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군조 삭제에 대해 군 집행부나 군의원은 의견을 같이 했지만 부담은 크다. 수십 년 동안 지정됐던 군의 상징을 바꾸기에는 양 실장의 말처럼 반대여론이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군조 지정만 아니라면 까치는 유해동물 대상에 능히 포함되고도 남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군 홈페이지에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아름답고 정겨움이 넘치는 길조로 봉사와 협동정신, 새 희망을 상징 하는 순창의 새’라며 까치를 군조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다. 농민에게 상품가치가 사라져 팔 수 없는 과일을 남기고 반가움과 희망 대신 근심과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전신주에 지어진 둥지는 정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길조인 까치가 과수 농민들에게는 흉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보이기만 하면 득달같이 달려가 내쫓아야 하고 한국전력 직원들은 둥지를 허물기 바쁘다.

조만간 군에서는 까치의 맑은 소리 대신 비명을 들을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군조, 까치의 수난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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