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양단/ 이제부터 친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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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양단/ 이제부터 친구하지 말자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11.2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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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하나 일 刀 칼 도 兩 둘 량 斷 자를 단
한 칼로 둘을 자르다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46

아무리 친했던 친구라도 노는 곳과 처지가 달라지면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중고시절 절친했던 한 친구가 잘 나가다가 어쩌다 실수하여 나락에 떨어지고 회생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그가 사업자금 좀 보태달라고 손을 내밀었을 때 좀 잡아주지 못하고 외면했던 일이 떠오른다. 물론 나도 집값 대출 갚느라 허덕이던 때라 그랬다고 스스로 애써 변명해 보지만 미안하고 씁쓰레한 기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다행인 것은 이 성어의 주인공 관녕(管寧)처럼 일도양단(一刀兩斷)하여 절교하지 않고 관계를 계속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그의 부친상 때 먼 거리 마다하지 않고 가 밤 새우고, 아들 혼사에 가 좀 더 많은 축의금을 내어 그간의 미안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리니,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편하다.

《세설신어ㆍ덕행편(世說新語ㆍ德行篇)》에 나온다. 영할석분자왈, 자비오우야(寧割席分坐曰, 子非吾友也): 관녕이 자리를 나누고 앉아 말하기를, “너는 이제부터 내 친구가 아니다.”

동한(東漢, 25-220) 말년, 화흠(華歆)과 관녕(管寧)은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였다. 어릴 적에 함께 채소밭을 호미질하다 땅에 금 조각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관녕은 돌처럼 여겼으나 화흠은 마음이 흔들려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들이 같이 경성에 올라와 유학하여 교분이 남달리 두터웠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개성과 생활태도가 아주 판이하였다. 관녕은 성정이 비교적 담백하였으나, 화흠은 관료사회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 번은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책을 읽게 되었다. 막 독서에 열중하려는데 문 밖에서 징과 북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밖에서 한 고관이 가마를 타고 요란스럽게 지나가고 뒤에는 많은 시종들이 따르고 있어 기세가 자못 등등하였다.

화흠이 바로 책을 놓고 만면에 호기심이 가득하여 문 밖으로 뛰어 나가 대열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다가 다시 돌아 와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러나 관영은 밖에서 그렇게 큰 소란이 있었는데도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시종일관 책 읽기에 전념하는 것이었다.

화흠이 문 밖에서 본 모습을 설명하려고 하였을 때, 관녕이 아무 소리도 않고 칼을 들고 와 같이 앉았던 자리를 두 토막으로 내고 견결히 말했다.

“우리가 뜻하는 바가 다르고 사상이 다르니 너와 친구로 지낼 수가 없다는 뜻이네.”
출세에만 관심이 많은 화흠을 멸시하여 교제를 끊은 것이다.

‘같이 앉아 있기를 원하지 않다. 친구와 절교하다’라는 뜻으로 훗날 사람들은 ‘친구 간에 의기가 투합하지 않아 내왕을 끊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반목성구(反目成仇)가 있다. ‘갑자기 대립하는 적으로 변하다. 안면을 바꾸어 적대관계가 되다’라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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