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말라는 것은일하지 말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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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말라는 것은일하지 말라는 것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12.07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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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공무원과 기자가 얽힌 도박사건과 관련해 필자는 당사자와 그 가족, 친분 있는 몇 사람으로부터 수차례의 회유성 전화를 받았다.
경미한 사건임을 강조하는 그들은 사건이 공개될 경우 오히려 일이 커진다며 하소연했고 단지 놀이로 한 것을 경찰이 과도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론은 어떻게든 이번 한 번만 넘어가고 보도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전후사정을 들어본 결과 당사자들이 억울할만한 점은 분명 있어보였다. 그리고 경찰이 그들을 현장 적발하여 입건했고 도박 혐의를 조사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기에 이 논란만으로도 기삿거리는 충분했다.
필자는 기사를 쓰는 당사자가 아닌지라 원하는 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동료기자가 기사를 쓰지 말도록 해달라는 부탁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이 쯤 되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 자리가 친목을 위한 자리였고 판돈이 적은 ‘놀이’였다면 떳떳하게 이를 강조했어야 맞다. 판돈 규모가 비슷한데 장례식장 윷놀이는 놀이고 식당 카드놀이는 도박으로 본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저간의 억울함을 알리기보다 보도자체에 불안함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히려 기자에게 읍소하는 자체가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자인하는 것은 아닌가.
판관이 아닌 기자는 그들의 사정을 봐줄 권리도 의무도 없다. 언론이 경계해야 할 것은 자본과 그에 파생되는 권력이다. 기자가 그 경계심을 놓는 순간 또 하나의 권력집단에 들어서게 된다. 알고만 있되 쓰지 말라는 것, 좋은 것은 키우고 나쁜 것은 감추라는 식의 회유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와 같다. 기삿거리의 판단이 기자에게 있다면 내용에 대한 판단은 주민들의 몫이다.
감정이 있는 사람 사이에서 일과 인간관계는 분리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필자가 저들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고민하는 계기도 됐다. 사건 당사자를 비롯해 필자에게 비보도를 요구했던 사람들은 평소 인품이 있다고 봐왔기에 됨됨이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보도와 비보도, 공익성을 앞세워야 하는, 어쩌면 의무감 같은 냉철한 이성이 뜨거운 가슴을 한 번 눌렀다고 생각한다. 냉혈한 같지만 결코 차가울 수 없고 감성을 앞세우기에는 원칙이 있어 일을 마음 가는대로 하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직업 특성상 놀 때도 눈치를 봐야 하는 것. 공무원과 기자의 신분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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