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6)/ 항아리에 묻어 논 짐치 맛보고 자프면 오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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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6)/ 항아리에 묻어 논 짐치 맛보고 자프면 오씨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2.12.07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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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전라도로 시집와서 제일 잘하고 싶었던 게 크게 두 가지 였구만요. 한나는 찰지고 후벅지게 전라도 말을 잘혀갖고 ‘나 꼬라지가 베기 싫어서 갈 직애는 나가 쎄를 물고 뒤지는 한이 있더라도 눈물 한꼽째기도 안 흘리꺼구마니라’면서 진달래꽃도 사투리로 읊어 불고 ‘바람난 섣달 큰 애기 맹키로’, ‘오메! 단풍 들겄네’ 등 재미지고 오지게 구사하는 것이구요. 또 한나는 지가 맹근 음식덜얼 먹고 사람들이 겁나게 징허게 허벌나게 맛있다고 칭찬해줌시롱 ‘워메, 개~미가 있어부네 잉! 누가 했단가. 앗따 마음씨도 요렇게 이뻐불겄구만 얼굴 함 보고잡네?’ 라는 말을 듣는 것이었당께요. 안즉 멀었지만요.

 지난 2주 동안 짐장도 하고 문중 시제도 지내다봉께 의실의실 온 몸이 춥고 떨링게 몸살이 나려나 자꼬 따땃한 이불 밑으로 뽀짝뽀짝 다가가고 자픈디 당최 시간이 안 되네요.그려도 긴긴 겨울을 날수 있게 여러 가지 짐치들을 버무려서 땅속 항아리에다 묻어놓고 야물딱지게 통들마다 하나 가득씩 저온저장고에 넣어 놓은 게 생각만 해도 옹굴지구만요. 워치쿠롬 했나 궁금하시제라.

 지 핸드폰에 든든한 딸, 비싼 딸, 이삔 딸, 구염둥이 딸, 요렇게 저장해놓은 딸이 네 명입니다. 물론 ‘너는 내 운명’이라고 저장해놓은 남편과 함께 만든 작품이구요, 22살부터 15살까지 골고루이지요. 후훗! 올해는 친정엄마와 함께 일곱이 김장을 했당게요. 울덜 식구끼리 한거는 처음이라 날씨는 싼득싼득허제 당최 줄어들 기미는 안 보이제 끕끕허등만 되작되작 싸목 싸목 허다봉게 어찌쿠롬 되더라구요.

 든든한 큰 딸과 배추 간을 허고 비싼 둘째는 뒤치다꺼리함서 무거운 것 들어주고 이삔 셋째와 구염둥이 넷째는 배추 다듬어서 간 절이는데 넣어주고 친정엄니는 그 많은 마늘들 까고 자잘한 채소들 다듬고 씻어주시느라 애썼구요. 중요한 울 남편은 150미터(m) 깊은 지하숫물 연결시켜서 맛나고 따땃한 물로 짐장허게 연결시키고 걸어 놓은 솥단지에 불 피우고 나무 보일러에 군고구마 맹글어 여자들 맥이느라 바빴지요. 솥단지에는 다시마, 무시, 멸치, 표고버섯, 몽땅 넣어갖꼬 팔팔팔 끓여 내서 식히고, 영광 해안가 가서 사온 맛난 잡젓을 한 솥 가득 끓여내고 부엌에선 찹쌀풀 쑤니라 눌러 붙지 않게 옆에 붙어 서서 저서 주고요. 그려도 빠개지 짐치랑 동치미랑은 5일전에 미리 담가놔서 한것지게 했네요.

 오전 나절 배추 간을 다하고 오후에는 한 200포기 들어갈 양념들 다듬었구만요. 무시를 씻고 당근은 쬐까 시늉만 허게 넣은당게 아조 다 먹어 치우는 울딸들, 그러니 안 이뻐지겠어요. 미나리와 실파는 다듬어서 씻은 후 물기를 빼고 이제 갓지 담글 수 있게 왼 안골 천지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갓들 뽑아 옴시롱 씨 뿌렸는데도 잘 안 큰 갓밭에 가서 쬐깐허지만 맛나게 생긴 놈들까정 싸그리 뽑아옵니다.

 마늘과 생강은 이미 갈아놓았고 짐치속에 넣을 배와 사과를 씨앗 부분 빼고 준비혀서 당일날 갈면 됩니다. 참깨와 검정깨도 볶아놓고 중간 중간 절인 배추 뒤집음서 노오란 속도 간 본다면서 빼먹지요. 그맛이 일품이랑께요. 저녁 무렵 되면 아조 큰 통에다가 국물 붓고 잡젓 섞고 고춧가루만 풀어서 하룻밤을 재워 놓아야 빨갛게 스며들지라 잉. 한 아홉시쯤부터 씻기 시작하는디 지핫수물이라 손이 안시려웅게 할만합니다. 나뭇잎도 빼내고 혹여 있는 벌레들도 나오게 철철 넘치는 물에다 세 번 정도 씻어서 평상위에다 차곡차곡 엎어놓으면 하루 일과가 끝납니다. 새벽부터 무시 채 썰고 파랑 갓 썰어서 고춧가루 물과 옴팡지게 섞는디 마늘도 듬뿍 생강은 지 멋대로, 과일들 갈아 넣고 새우젓 넣어서 간을 대충 맞추어 놓으면 이젠 버무리는 작업만 남습니다. 동그란 큰 뚜껑이나 쟁반을 가운데 놓고 버무리기 시작하면 일사천리로 합니다. 막판에 갓과 파를 버무려 새우젓 넣고 갓지 비비면 김장 끝!

 글구 중요한 작업이 하나 남았지요. 마을 안쪽에 있는 20여 마을분들, 싱싱허게 버무려진 짐장김치 배달하는 일 한 15년 정도 하고 있는디 솔찬히 남는 장사예요. 혼자 계시는 아짐들의 칭찬은 다 받고 어렸을 땐 주머니에 사탕 가득 담아 오기도 허는 재미로 다니등만 요새는 오토바이 타고 쒸익 돕니다. 시제를 지내느라 첫 번째로 짐장을 헐때가 많응게 한 20일간 우리집 문턱에 누구네 김친지도 모르게 배달이 됩니다. 그러면 밥상머리 앞에서 합평이 이루어지지요. 싱겁네, 짜네, 젓갈이 많이 들어갔네, 배초가 맛있는거네, 굴 들어간걸 봉게 누구네꺼네. 근디 엄마는 왜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당가. 엄마 솔직히 이걸 노린거지! 흐흐.

 항아리에 묻어 논 짐치 맛보고 자프시면 오씨요. 근데 올해는 넘들네 배추로 담가놔서 퍼드리진 못하고 뜨뜻한 밥에 뒤란 항아리에서 막 퍼온 김치는 아무 때나 드릴 수 있당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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