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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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김치찌개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3.01.10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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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시간이 끝난 직후 기자의 외조모가 별세했다.
임종을 지킨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치매증세로 딸도 알아보지 못했던 외조모가 임종 직전 딸들을 알아보며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회광반조(回光返照)라는 말이 있다. 한자를 그대로 풀면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춘다’는 말이지만 흔히 ‘사람이 죽기 직전 잠깐 기운을 차린다’는 뜻으로 쓰인다. 분명 외조모도 그랬을 것이다.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자식들을 알아보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기자는 갓 20살이 되던 해에 외조모와 한방에서 3년여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당시 외조모는 기자의 끼니를 챙겼고, 그때 외조모가 주로 해주던 김치찌개는 지금까지 기자가 먹어본 김치찌개 중에서 가장 맛있는 김치찌개였다. 아마 평생 그 맛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외조모를 보내며 기자는 울지 않았다. 평소에도 눈물이 적은 편이지만 94세의 연세로 치매 증세를 힘들게 버텨내고 있었기에 이제는 편한 곳으로 가서 다행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외조모의 마음이나 사후세계에 관한 것은 기자의 추측일 뿐이지만 당시 기자에겐 그렇게 보였고, 그렇게 느꼈기에 울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지만 후회는 남는다. 효도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은 하지 않으면 지나고 나서 후회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그래서 기자도 현재 후회 중이다.
‘왜 한번이라도 더 찾아가지 못했을까’, ‘왜 조금 더 살갑게 대하지 못했을까’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지나버린 일이기에 돌이킬 수 없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느끼고 있으면서도 또 똑같이 후회할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무너진 성은 다시 쌓을 수 있고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할 수 있지만 사람은 한번 죽으면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3일간의 장례가 끝난 후 기자의 마음에는 여러 가지가 남았다. 당연히 해야 하지만 못하고 있었던 효도에 대한 사명감, 주변 사람에 대한 소중함, 외조모의 잊을 수 없는 김치찌개 맛 그리고 그 김치찌개를 끓여 준 외조모까지.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고 맛볼 수 없지만 외조모와 김치찌개는 기자의 기억 속에,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것은 퇴색될지는 몰라도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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