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인석심/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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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인석심/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01.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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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 나무 목, 人 사람 인, 石 돌 석, 心 마음 심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48

1995년 봄 중국정부의 초청으로 농업부에 파견근무를 하게 되어 숙식을 하게 된 곳은 중국농업대 교수기숙사였다. 아내가 아이들 때문에 같이 나오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40대 중반의 생리적 총각이 되고 말았다.
무료함을 달래고 또 중국어를 더 배우려고 찾은 어학선생은 뜻밖에도 여자였고, 게다가 30대 중반의 농익은 그리고 미인의 고장 양주(揚州)사람, 게다가 미혼이라니 범접하기도 어렵지 않다는 안도감마저 드는….
그녀는 매일 저녁 일곱 시 매양 다른 치마를 입고 와서 화사한 웃음을 지었다. 나의 호기심이 한껏 자극되며 온 몸이 꼬이는 듯하고, 급기야 대화내용은 교과서 밖을 자주 벗어나고…. 토요일마다 걸려오는 아내의 전화 “별일 없었어?” 뜨끔했다. 결국 궁여지책을 썼다. 그녀가 들어와 문을 닫는다. 그녀가 앉는다. 나는 일어나 문을 열어 놓는다. 50센티 정도. “왜 문을 닫으세요?” “아! 더워서요.” 나 자신이 지나가는 눈을 의식하게 하여 제어한 것이다.
어느 덧 일 년이 다되어 내일이 귀국일, 마지막 수업이다. “사실 난 당신 미모 때문에 많이 흔들렸소.” “그래요? 전 선생님이 목인석심(木人石心)한 사람인 줄 알고만 있었는데….” 묘한 기분이 스쳐 지나갔다. 아리 까리, 긴가 민가 하는 순간, 한 번 내질러 봐? 아서라! 기생 황진이에게 시험당해 무너진 지족선사(知足禪師)꼴이 될지도….  다시 마음을 다졌다.
 
방현령(房玄齡)이 지은《晉書ㆍ夏統傳(진서ㆍ하통전)》에 나온다. … 차오아목인석심(此吳兒木人石心) 나무로 만든 사람이며 돌로 만든 마음이다.
    
삼국(三國)시대 이후 이어진 서진(西晉, 265-316) 초 하통(夏統)은 학문이 매우 깊어 조야에 이름을 크게 날려 명망이 높은 학자였다. 주변사람들이 벼슬을 권했지만 세속적인 명리에 초연한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당시 태위(太尉)로 있던 가충(賈充)이 명성이 높은 하통을 자기수하에 두어 일하게 하면 자기의 위세를 드높일 수 있다는 속셈으로 그를 찾았다. 그러나 하통은 예전부터 관리사회의 부침(浮沈)이 크고 정치가 부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평소 마음속으로 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가충이 자기를 찾아 온 목적을 이미 확연하게 간파하였으므로 가충의 제의를 그 자리에서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가충은 말로서는 설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인솔하여 온 휘하 병사들을 하통의 면전에 대오를 갖춰 정렬시킨 다음, 구령을 크게 지르도록 하여 마치 하통이 군대를 열병하는 것처럼 해놓고 말했다.
“만약에 선생께서 나의 제의를 받아들이신다면 앞에 보이는 정예군대를 모두 선생께 드려 지휘하도록 하겠소.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귀하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오.” 
그러나 하통이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으므로 이번에는 꽃다운 아름다운 기생들과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가진 기녀들을 불러 모았다. 하통 앞에서 교태가 넘치는 춤을 추게 하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미인계로 그를 유혹하여 마음을 움직여 보려한 것이다.
그러나 가충이 이처럼 갖은 방법으로 유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으므로 마침내 포기하고 탄식하여 말했다.
“하통은 나무로 만든 사람이며 돌로 만든 마음을 가진 분이구나!”
 
훗날 ‘의지가 굳어 어떠한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 목석같은 사람, 의지가 굳고 명리와 유혹에 동요되지 않는 사람’ 이라는 뜻의 성어가 만들어졌다. ‘사람의 내심이 견고하면 내외환경이 터무니없이 변하고 유혹하더라도 그의 마음을 교란시킬 수가 없다’는 것을 비유하는데 인용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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