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해’, 불사·재생·풍요·다산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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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해’, 불사·재생·풍요·다산의 상징
  • 이혜선 기자
  • 승인 2013.01.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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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민속박물관 그림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임진년과 계사년을 두고 용두사미를 연상하며 뭔가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용은 머리를 뜻하여 성취로 칭송받는데 뱀은 꼬리에 해당하여 그르침으로 묘사되니 언뜻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래서일까? 작년 이맘때는 흑룡의 해라며 각종 이벤트로 떠들썩했지만, 뱀에 대한 통념을 반영이라도 하듯 새해를 맞아 이벤트를 열고 있는 업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기다란 몸뚱이, 차갑고 미끈한 피부의 오싹함, 소리 없이 발밑을 스윽 스쳐가는 듯 무언가 음산한 느낌, 무서운 독을 품고 허공을 날름거리는 긴 혀, 사람을 노려보는 듯 검고 차가운 눈초리 등 뱀처럼 외모에서 인간에게 혐오감을 주는 동물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듯 지나친 혐오감 뒤에는 또 다른 호기심과 관심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가령 겨울잠에서 다시 깨어나고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는 뱀은 불사·재생·영생의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나아가 사람들은 뱀을 자신의 바람을 이뤄주는 신적인 존재로 생각하여 섬기기도 했다.
현실에서의 뱀은 피하고 싶은 존재였지만, 상상에서의 뱀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신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 현무도에도 뱀이 등장하는데, 뱀과 거북이 서로 어울리며 뿜어내는 신성한 기운은 고분 벽화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진다.
제주도 무속신화에서 알 또는 새끼를 많이 낳는 뱀의 특징은 재물과 풍요, 다산의 상징으로 연결된다. 이른바 업신으로서의 뱀은 업, 지킴이 또는 집구렁이라 해 가옥의 가장 밑바닥에 살면서 집의 재산을 지켜주는 신격의 존재다.
한국 설화 속에서 뱀은 인간 내면의 여러 모습을 보여 주는 대리자로 그려진다. 은혜를 갚는 선한 존재, 복수의 화신, 때로는 탐욕스런 절대악 등 각양각색의 모습이 뱀의 입과 몸을 빌려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오래 묵은 구렁이인 이무기는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고 싶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기다리는 인내의 상징이다.
또 저승 세계에서 뱀은 나쁜 사람을 이기는 절대자로 나타나며, 악한 사람은 뱀이 되어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뱀을 노쇠(늙고 쇠약하고 기운이 별로 없음)한 몸에 원기를 가져다주는 신비한 명약이라 믿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뱀을 잡아먹으며 건강해지길 원했다.
정월 세시풍속 가운데 뱀과 관련 있는 날은 상사일(上巳日)과 대보름이다. 정월의 첫 뱀날인 상사일의 풍속은 대개 뱀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며 대보름에도 ‘뱀치기’, ‘뱀지지’ 등 뱀 퇴치 행위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결국 뱀은 조상들로부터 복수·탐욕·은혜·인내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어찌됐건 뱀은 단순히 징그러운 흉물이라거나 사악한 존재라는 시각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다하겠다.
예로부터 뱀을 일컬어 ‘머리와 꼬리가 잘 호응하여 빈틈이 없다’라는 의미로 상산사세(常山蛇勢)라는 말이 있다. 갈등과 반목을 접고 서로 소통하면서 조화롭게 나아가는 계사년 새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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