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지역감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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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지역감정 유감
  • 이선형 편집위원장
  • 승인 2013.01.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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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 이후 한 달 가까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주위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혼란과 방황은 계속되는 듯하다. TV뉴스나 신문의 정치면 보기를 기피하고, 술자리에 가면 이민이라도 가야겠다는 사람이 꼭 있으니 말이다. 48%에 달하는 국민들이 이 비슷한 정서에 빠져 있어서인가, 새누리당과 당선자 측에서도 소통과 국민화합을 강조하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노골적으로 승리를 기뻐하기에는 이른바 멘탈붕괴에 빠진 국민들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대선패배 못지않게 필자를 화나게 하는 게 또 있다. 모든 선거평가에 양념처럼 등장하는 영호남 간의 심각한 지역주의에 대한 지적이다. 선거 결과분석 차원에서 이루어진 전문가들의 토론회나 각종 언론보도를 보면, 이 망국적 지역주의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필자가 이렇게 ‘지역감정’의 언급에 대해 열을 올리는 것은 엄존하는 현상을 부정해서가 아니다. 원인과 결과를 한 곳에 버무려서 모두 나쁜 놈으로 만드는 말도 안 되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영호남의 지역감정은 원인제공자이며 이익을 독차지한 수혜자와 소외받고 핍박받은 피해자로 구성된다. 그런데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데 묶어서 시대착오적 지역감정의 맹신자로서 싸잡아서 비난하고 있는 것이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상처주고 소금뿌리기 같이 가혹하고 기막힌 일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지역감정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독재를 획책하면서 조장해낸 허구 이데올로기이다. 1971년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 후보는 당시 야당 후보인 김대중씨보다 호남에서 더 많은 득표를 하였고 이에 힘입어 3선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중앙정보부와 기무사 등의 사찰기관은 물론이고 경찰과 교육공무원까지 동원된 불법 타락 선거를 통해서 간신히 이긴 선거였지만 말이다. 즉 1971년 선거까지만 해도 투표행위로 표현되는 지역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해에 박정희는 유신헌법 공포와 함께 종신독재의 길로 나서면서 김대중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과 비판적 지식인을 구속하였다. 또한 호남 출신들은 군 내에서 별을 거의 달 수 없었으며 공직사회에서의 핵심 보직은 대구경북출신이 독차지했다. 고속도로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의 투자나 각종 수출산업단지의 조성이 수도권과 영남에 집중되었고 호남은 노동력의 공급지에 머물러야했다.
나찌 히틀러가 유태인과 집시를 체제유지를 위한 희생양으로 활용하였듯이 박정희에게 호남은 단지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였다. 한때 고향출신 정치인(김대중)보다 더욱 성원해준 호남 유권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듯 박정희가 씨를 뿌린 지역감정은 80년 광주항쟁을 통해 그 끝판을 보게 된다. ‘북파간첩의 선동에 의한 폭동’이며 ‘영남 번호판 차량에게는 주유소에서 기름도 안 판다’는 등 완전 날조된 유언비어를 언론을 통해 반복 학습시켜서, 학살되고 피 흘리는 호남 민중들과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던 영남의 대중들을 모두 피해자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역주의에 의해서 영남지역이 감수해야 할 피해는 없다는 점이다. 물론 영남출신이라도 그 모순과 도덕적 고통을 자각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서 가해자 측에서 말하는 국민통합과 소통은 왠지 생경스럽다. 통합과 소통은 ‘용서’라는 카드를 쓸 수 있는 피해자의 온전한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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