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59) 자존심에 대하여
상태바
밤재(59) 자존심에 대하여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3.01.17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남으로부터 대우받고 싶어 하며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포장하여 외피를 튼튼히 한다. 부자가 돈을 더 모으려 하는 것, 수입이 넉넉하지 않아도 명품을 선호하는 것, 쪼들리면서도 고급 자가용을 고집하고 가족이 많지 않으면서도  큰집을 원하는 것, 더 높은 지위를 바라는 것, 사업 확장을 위해 승산이 불투명한 도박을 하는 것, 이 모든 것의 저변에는 폼 나게 살며 남으로부터의 우대와 부러움을 기대하는 거품심리가 깔려있다.
주변에서 흔히 하는 말에 세상이 험악해서 사람이 순하면 바보취급을 하여 세상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런 생각의 근저에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고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하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 바탕에 깔려있다.   마음이 좁고 작은 사람은 모든 잘못의 원인을 항상 남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이 남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함은 자기가 힘이 없고 순하기 때문이며 남이 악한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이란? 수많은 나 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지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좋은 세상이란 세상의 모든 나 들이 자신속의 악을 없이 하려는 노력이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군자이자강불식(君子以自彊不息) 군자는 자기완성을 위해 쉬지 않고 힘쓴다.[역경]
쌀 미(米)는 八十八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쌀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八十八번의 손이 들어간다고 한다. 농부가 잠시만 방심하면 잡초가 금시 곡식을 제압해버리듯 마음 밭의 곡식인 선량한 마음 또한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사악한 생각에 점령당한다. 우리 몸을 살리는 곡식이 논밭에서 끊임없이 잡초를 제거하는 농민에 의해 자랄 수 있듯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마음의 양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마음속의 잡초를 쉬는 일 없이 제거함으로서 가능한 것이다. 마음은 나의 핵심이고 몸의 주체이며 몸은 마음의 포장이고 옷, 집, 돈, 명예, 지위 등은 몸의 포장에 불과하다. 때문에 마음이 큰 사람은 내면의 마음을 가꾸는데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이 작고 좁은 사람은 몸 밖의 외모를 치장하느라 정신을 소모한다.
큰 사람은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면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큰사람은 순하며 순리를 따른다. 즉 큰사람은 도리로서 인품을 높임으로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운다. 큰 사람은 사려가 깊고 입이 무거워 함부로 말하지 않고 충분히 생각한 후 말하기 때문에 사리에 맞는 말을 하므로 남이 존중하여 무겁게 받아들인다.
초한지에 초나라의 항우를 패망시키고 유방을 도와 천하를 제패한 명장 한신은 젊어서 불량한 깡패가 시장에서 나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들어 가든지 나를 때려죽이든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자 아무 거리낌 없이 가랑이 사이를 기어들어 감으로서 적들로부터 놀림을 받기도 했으나 개의치 않았다. 한신은 천하를 평정한 후에 그를 하급관리로 임용했다. 속이 좁은 소인은 눈앞의 보이는 거품과 같은 피상적 자존심에 매달리지만 마음이 큰 사람은 인생 전체를 진리로부터 평가 받을 수 있는 자존심을 구한다. 자존심이란 자신의 주체를 높이 세우는 마음이며 자신의 주체를 세운다함은 생각 없이 남을 따라가지 않고 진실과 진리, 도리를 삶의 이정표로 삼아 소신껏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을 의미한다. 해서 비록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여 추구하는 것일지라도 옳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는 자존심이야 말로 진정 멋지고 값진 자존심인 것이다.

경쟁심을 근거로 한 그릇된 거짓 자존심은 불화를 조장하고 화해를 가로막는 악의 씨앗으로 미움과 싸움의 불씨가 되니 작게는 부부사이의 소통을 막고 가족, 친척, 친지와의 대화를 단절하여 자신의 삶을 망치며 공동체를 파괴하고 심한 경우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하니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릇된 자존심은 지혜의 눈을 멀게 하여 몸을 죽이고 마음을 죽이며 삶을 죽인다. 때문에 현명한 사람은 피상적인 거짓 자존심에 의해 구속되지 않는다.

군자성덕용모약우(君子盛德容貌若愚) 덕이 성숙한 군자의 용모는 어리석은 것 같다.
속 알맹이가 없는 벼 이삭은 고개가 뻣뻣하고 잘 익은 벼 일수록 머리를 깊이 숙이듯 덕이 충만한 큰 사람일수록 겸손이 몸에 배어 머리를 숙이고 겉모습은 수수하여 어리석어 보인다. 그는 지혜를 갈고 닦아도 깊이 간직하며 함부로 드러내어 자랑하는 것을 덕을 상하는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