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훈] 그늘, 그리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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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 그늘, 그리고 사람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3.02.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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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6개월 전, 기자가 탄 버스가 산길을 뚫고 지나 순창고등학교 간판을 보여주는 순간 맞은 느낌은 황량함이었다. 순창터미널에 도착해 이리저리 둘러봤을 때는 흡사 일부 면 소재지에 내린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도 들었다. 약간의 우여곡절과 과감한 결단으로 입사를 결정하고 자취방을 구했지만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지에 대한 의심 또한 여전히 남아있었다.
타향살이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순화리에 살면서 남계리가 어딘지 몰랐고 만나는 사람은 모두 초면이었으니 취재일상이 맨땅에 헤딩하기 식이었다. 지형을 알아야 문화가 보이고 사람을 알아야 사건을 이해한다는 어쭙잖은 원칙 하나를 믿고 지역 곳곳을 1년 이상 누볐을 때 비로소 사람과 사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년쯤 되어서는 막연하게나마 그들과 같이 흙을 일구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고향이어야 했다. 내가 사는 고장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하면 그곳이 곧 고향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순창이라는 지역은 내게 언론인, 사회인으로 희망을 안겨준 소중한 고향이 됐다.
기자의 취재활동에 동력이 되었던 것은 <열린순창>에 대한 지역주민의 기대와 함께 스스로 주민을 품에 안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제도 밖에서 힘들게 살아도 웃음을 가진 사람들의 정서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었고 교류하고 싶었다. 적당히 비겁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세간의 논리를 뒤집을 지역으로 순창이길 바랐다. 아직 숙제가 많지만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지역, 더디 가도 함께 가는 고장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돌이켜보면 순창은 빡빡하지만 정이 있어 살만한 고장이었다. 마을마다 있는 모정처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그늘이 있었고 쉼터가 있었다. 마음을 내놓을 스승과 기꺼이 벗이 돼준 사람들이 그늘을 마련해준 덕분에 밥 먹듯 하는 야근이 힘들었어도 순창에서의 삶은 행복했다. 직업을 떠나 흙과 더불어 사는 사람냄새가 얼마나 향기로운지를 알게 됐으니 스스로 한계를 시험해보자며 불구덩이(?)에 뛰어든 그 결정은 지금도 잘 한 일이라 여긴다.
최근 며칠 동안 혼을 담은 기사들이 얼마나 있는지 훑어보게 됐다. 더 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를 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지면으로나마 <열린순창>과 기자를 응원해준 많은 사람에게 두 손 모아 절 올리며 마지막 기자수첩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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