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62) 비움은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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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62) 비움은 삶의 지혜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3.02.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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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어 때 묻지 않은 밝고 맑은 투명한 정신이 곧 신이고 정신과 몸이 융합해진 것을 마음이라 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정신이라 하고 보이는 것을 물질이라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사랑하는 마음이 몸이라는 물질의 도구를 이용해서 나를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움직이면 몸은 따른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정신이 사람의 주인이며 물질인 몸은 마음의 도구인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근원인 보이지 않는 비움의 가치를 추구하면 신에 가까워지므로 성스러워지고 도구인 물질을 추구하면 추악해진다. 정신은 비움으로 소통을 욕구하고 사물은 소통을 가린다. 

지혜는 비움에서 살며 어리석음은 가림에서 비롯한다. 정신의 속성대로 자신을 비우면 선해지고 도구인 사물에 구속되면 마음의 눈은 가두어 진다. 선악이란? 보이는 가치와 보이지 않는 가치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보이는 가치를 기준삼아 살면 악에 기울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향해 살면 선해진다. 물욕은 사람을 존엄한 정신적 존재가 아닌 물질을 얻기 위한 수단과 도구로 봄으로써 마음을 잃어버리고 마음을 잃어버림은 자신과 타인의 사람임을 잃어버림이다.

천지자만물지역려(天地者萬物之逆旅) 광음자백대지과객(光陰者百代之過客) 천지는 만물이 머물다가는 곳이며 세월이란 대를 이어 지나가는 손님이다.[이태백] 만물은 나그네이고 천지는 만물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며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만물에 대한 소유는 천리를 거역한다. 인간을 제외한 만물 중 누구도 천지를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만물은 다만 잠시 존재하는 동안 머물다 갈뿐이다. 선한 나그네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머물고 자기 것이 아님을 소유하려 하지 않으며 민폐를 주지 않고 간다. 인간의 모든 불행의 원천에는 소유의 대상이 아닌 것을 소유하려는 것에서 비롯된다.

고금의 역사에서 인간의 불행을 만드는 모든 악의 근저에는 소유욕이 자리하고 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권력을 가진 통치자의 탐욕은 사람을 욕망을 채우고 땅을 넓히기 위한 도구로 쓰며 전쟁을 하여 수많은 사람을 살상하고 불행하게 하였으니 역사가 예찬하는 영웅이란 통치자의 능력 있는 살인 도구와 다름 아니다. 바로 그 영웅들에 의해 옛날의 우리들이 살육당하고 가정이 파괴되었으며 가족의 일생이 불행의 늪에 빠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과 최상의 보물은 도덕(道德)이고 인(仁)이며 만물에 대한 사랑이니 이로 인해 만물이 나고 자란다. 인간이 평생을 통해 욕구해야할 것은 만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마음이며 경계하고 버려야할 것은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에 사로잡히는 어리석고 미운 마음이다.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고 잃지 않으며 더욱 키워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은 시시때때로 사악함이 유혹한다.

아름다운 마음은 진실하고 선하여 포장을 싫어하며 수수하고 맑은 물과 같아 덤덤하여 무색, 무취, 무미한 반면 사악한 유혹은 지위와 명예 경제적 이익이라는 구체적이며 실질적이고 매혹적인 달콤한 미끼를 활용함으로서 우리의 마음을 거부하기 힘들게 하여 끊임없이 욕망을 부추기며 불행으로 인도한다.
도충이용지혹불영(道沖而用之或不盈) 도는 항상 채우지 않고 비움으로 쓰인다.[노자] 채우지 않고 비움은 무상한 인생에 적절히 대응하여 상황에 합당한 의미와 가치를 마음에 영접하기 위함이다. 삶의 환경은 항상 변하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굳어있는 정신을 죽은 마음이라 한다. 마음이 살아 있다는 것은 환경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진리를 지혜롭게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름에는 옷이 얇아야 하고 겨울에는 옷이 두꺼워야하며 봄에는 씨를 뿌려야하고 가을에는 거둔다. 외출할 때 구름이 끼면 우산을 생각하는 것은 상황에 적절히 대응함이다. 마음이 고정된 생각으로 채워져 있으면 가림과 맹신의 어리석음이 자리 잡고 비우면 소통의 눈인 지혜가 자리 잡는다. 

이미 물건이 담겨있는 그릇에는 비우지 않고는 물건을 담을 수 없다. 나라는 그릇에 명리와 물욕의 저속한 탐욕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진정 아름다운 마음의 귀중한 보물을 담을 수 없다.
대영약충(大盈若冲) 크게 채워져 있는 것은 비어있는 것과 같다. 노자가 말하는 비움의 의미는 욕심과 집착 고정관념을 비운다는 의미이고 크게 채워져 있다는 말은 세계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광대무변한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의미한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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