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마용/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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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마용/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03.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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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수레 차ㆍ거 水 물 수 馬 말 마 龍 용 용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52

정권이 바뀌기 일년 반 전 늦여름, 당시 고위직이던 한 분과 출장을 가는 도중에 한 가지 걱정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아, 곧 추석이 오면 택배들이 많이 올 텐데 어찌해야 하나?” “명절인심인데 받아도 괜찮지 않습니까?” “아니야. 남 보기에도 그렇고 우선 내 마음이 불편해.” “그러시다면 사모님도 그런 생각을 하시고 계시나요?” “그럼, 마누라야 내 말 잘 듣지. 내 잘 되기만을 바라고 살지!” “그럼 받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시지요.” “받지 않는 방법?” “집 주소가 국장시절부터 이미 공개 된 것이니 어쩔 수 없지요. 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문전박대하는 수밖에요.”
추석 2일 전부터 사정기관이 예전처럼 차관급이상 고위공직자들 집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 분은 조카 둘을 불러 아파트 통로 입구에서 택배기사와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 택배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런 소란은 정보기관에 그대로 보고되었고 새 정권은 집권 3년째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끝난 후 국면전환을 위한 개각에서 그 분을 장관으로 기용하였다. 청렴하고 강단있고 머리를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은 것이다.   
범엽(范曄)이 쓴《후한서ㆍ마후기(後漢書ㆍ馬后紀)》에 나온다. 거여류수, 마여유용(車如流水, 馬如游龍). 거마가 물 흐르듯 하고 말이 마치 헤엄치는 용과 같더라. 
마(馬)황후는 후한(後漢, 25-220) 초기 명장 마원(馬援)의 작은 여식으로 어릴 적부터 곤궁한 집안의 대소사를 관리하였다. 그래서 아래 사람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잘 이해하고 공과 사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궁에 들어간 이후에도 덕을 쌓고 예절을 배워 곳곳에서 온유하고 후덕한 풍모와 도량을 보여줬으므로 황태후가 그녀를 황후로 삼도록 권유하여 마침내 황후가 되었다.   
마황후가 비록 황제로부터 큰 총애를 받았지만 자기의 개인적인 일을 위해 청탁하는 일이 없었다. 특히 자기의 친척들이 과분한 봉작을 받지 않도록 주위를 살폈다. 황제가 죽고 장제(章帝)가 즉위하였는데 그의 친모가 이미 작고하였으므로 마황후가 자연스레 황태후가 되었다. 몇몇 신하들이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그녀의 친척들에게 관록을 주어야 한다고 상소를 올렸으나 황태후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바로 조서를 내려 경고하였다.
“무릇 상소를 올려 나의 친척을 중용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모두가 나에게 잘 보여 어떤 이득을 차지하려고 하는 자들이다. 내가 황태후가 된 후 보니, 친정 쪽 친척들이 시시때때로 나를 찾아오느라 궁 밖에 가마가 물 흐르듯 하고 말이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이 많더라. 그 자들이 능력이 좋으면 다행인데, 문제는 능력도 없는 자들이 좋은 관직이나 하나 얻어 볼까 하고 찾아오는 것이다. 다 아는 사실로 서한(西漢)시대 말에 외척 왕망(王莽)의 전횡으로 나라가 망하는 운명을 맞았었다. 이런 사실을 교훈 삼아 여러분 모두가 나라를 위하는 마음을 가져 한(漢)나라가 망한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도록 다시는 나에게 청탁하지 말기를 바란다.”
황태후의 이러한 조치는 사실 그의 친척들에게는 인정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외척들이 권력을 휘둘러 나온 재앙과 피해가 크다는 것을 깊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견결하게 황제의 호의까지도 사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거마가 그칠 사이 없이 많이 다니다는 말로 문밖에 거마(車馬)가 많아 행렬이 성대한 모양을 형용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문전성시(門前成市), 즉 거마가 문전에 가득하고 사람들이 많아 흥청거려 마치 시장과 같다는 의미와 같다. 훗날 사람들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와 청탁하는 모습’을 보고 비판할 때에나 ‘능력이 뛰어나고 인기가 많아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부러워할 경우 이 성어로 비유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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