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13)/ 울 엄니들 봄날은 어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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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13)/ 울 엄니들 봄날은 어땠어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3.03.28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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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⑬

봄날은 간다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 노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지는 요놈의 봄만 되면 가심이 통게통게 해짐서 왼 산천 구석구석을 싸돌아다니고 자픈지 모르겠어라.
열아홉 순정도 아니고 댄서의 순정도 아닌디 노랫말에 열아홉이란 말만 들어가면 왼통 지 노래가 돼부러서 아조 입에 달고 다녀야 왼전허게 꽃피는 봄날이 되구만이라. 오죽허면 전주에서 조카랑 울 딸들이랑 오밤중에 노래방엘 갔는데 울 딸들이 “엄마, 봄만 되면 흥얼거리는 노래 있잖아, 한번 뽑아봐”하더라구요. 장사익의 한맺힌 듯 야들야들하게 풀어내는 ‘봄날은 간다’. 

블루베리 상태가 워떤지 보러 댕기는 논두렁길을 걸어감시롱 막대기로 툭툭 치면서 ♬꽃이 피면 같이 웃고~~오, 안골 노지 표고버섯 따러가는 밭두렁길에서 가만가만 햇살 받으며 달래 캐고 냉이 캐면서도 ♬열아홉 시절은 황호~온 소~옥에도 부르고 알밤나무 심으러 올라가는 산등성이에서 ♬얄궂은 그 노~오~래~에 봄날은 가~~아~~안~~다고 흥얼대다보면 진짜 봄날이 고로코롬 가더랑게요.

워메! 또 샛길로 새부렀네, 워쩌끄나. 하고자팠던 말은 우리 집에 맨날 일 해주러 오시는 엄니들의 봄날 이야기예요. 요번 주에 우리집 감자 4마지기를 심는디 여섯 엄니들을 모시고 일했거든요. 지의 고추장 된장 만드는 음식 싸부님이시며, 명절 때마다 바리바리 싸 보내시는 친정어메도 아닌디 진짜 친정어메 같은 그러나 촌수로는 사둔이 되는 모정떽이 맨 먼저구요. 밤 줏으러 고개만 숙여도 눈물이 나오던 시절부터 토닥토닥 거리시며 다 지나갈껴라며 지원자가 되어 주셨던 옥과떽 엄니, 우리집 놉이란 놉은 다아 얻어주시고도 모자라 “알제 울덜 맴, 단비네 집에만 오믄 딸네집 맹켜서 뭐라도 더 해주고 싶당게 낸중에 울덜이 늙어도 한번씩 챙겨줘 잉”하시는 가남떽 엄니랑 세분은 울집일 먼저 챙기시는 삼총사이여라. 구림 골짝 중 신작로에서도 마을이 안보이는 꼴짝 중 꼴짝 마을인 이율에서 농사짓다 연산으로 이사하신 몸집도 크고 통도 큰 이율떽 엄니는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 내사랑이 떠날 수 없게’라는 현철의 노래를 겁나게 잘 부르시제요. 글구 옥과떽과 같은 고향에서 시집오신 오산떽엄니는 작은 체구이시지만 아구똥지게 일을 하시는 폼이 최곱니다. 울 큰딸과 동창인 경석이 어머님은 기중 가장 젊으시고 일도 잘하셔서 오라는 디가 하도 많은디도 동창생 엄니라고 거절 안하시고 오셔서 주인만큼이나 일을 척척 처리해 주시제라. 오늘도 밤나무 산에 가서 괭이로 밤나무 주위를 파고 거름 주고 덮는 일 하신다고 오셨는디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시네요. 무쇠덩어리도 아니고 장장 열흘간을 감자 심는 일만 하셨다는데….

정말 지는 이 엄니들이 존경스럽구만요. 하루만 감자 심고도 솔직히 장딴지에 쥐나서 한밤중에 일어나서 난리법석을 치러야 쓰고 흙만 파던 오른쪽 어깨는 쑤시고 엄지손가락과 새끼 손가락과 연결된 손바닥은 딴딴해져 갖고 죽을 맛인디 이 일을 잔꾀도 못부리는 넘의 일을 가서 열흘을 했다면 아마 저같아도 “사람 살려”하고 도망갔을 거예요.
요렇게 장하고 이삔 엄니들 허고 감자를 심다가 제가 이 노래를 불러드리니 다들 흥얼흥얼 하시길래 “엄니들 제일로 이뻤을 때랑 행복혔을 때가 언제였을까라잉!”하고 여쭤 봤더니 한마디씩 하십니다.

“거시기혀도 시집갈 때가 가장 이뻤겄제.” “아! 열아홉 꽃띠 시절 안 이삔 사람이 워딨어.” “참 멋대가리 없는 냄편만나 시부모 모시느라 워디 얼굴 펼새 있었간디.” “두꺼비 같은 아들네미 떠억하니 낳아놓고 미역국 먹을 때 같은디?” “내는 지금도 겁나게 이삐제, 시집 장가 다아 보내놓고 내 심으로 요로코롬 일 댕겨서 손주들 용돈 줄 수 있응게 월매나 좋아. 더 안 바래.” “기계 일 좀 해달라고 허믄 미꾸래지 맹키로 빠져나가는 자식들 보다 보면 내 나이 60만 되었어도 후딱 배워갖고 폼나게 농사 지어불텐디, 아쉬워. 배우고픈 것도 많은디 말여.”

아! 울 엄니들의 봄날은 아른거리는 노래 속에 멀리 갔는데 교복 한번 못 입어 본 울 엄니들 수학여행 한번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폼생폼사로 사는 젊은것들이 징허게도 장하고 장하게 살아온 엄니들께 진짜 봄날같은 추억을 만들어 드리면 좋겄는디 뭐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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