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아지는 ‘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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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아지는 ‘청명’
  • 양병완 편집위원
  • 승인 2013.04.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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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이야기

 청명은 음력 3월에 드는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이며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일 년 중 가장 날이 맑다는 때이며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있다.  올해에는 청명, 한식(寒食), 식목일이 한날에 들었다.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여 태양이 황도의 15도에 이르는 때이다. 청명일의 준말로 청명에서 곡우 이전까지의 15일 동안을 다시 3후(三侯)로 나누어 1후(侯)에는 오동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하고 2후(侯)에는 들쥐 대신 종다리가 나타나며 3후(侯)에 비로소 무지개가 보인다고 하였다.
 예로부터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매우 중요한 날이 24절기 중 청명이며 봄이 되어 삼라만상이 맑고 밝으며 화창하다 하였다. 심어 놓은 나무 묘목들이 어린뿌리를 활착하기에 가장 좋아서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대부분 한식일과 겹친다.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논과 밭둑을 손질하기도 하고, 못자리판을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청명을 기하여서 봄 일을 시작하므로 이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둑과 밭둑의 손질을 하며 논갈이(가래질)를 시작하는데, 이것은 논농사의 제일 중요한 기초 작업이다. 논을 깊게 여러 번 갈아엎어서 땅속의 기를 벼가 많이 받아야 벼가 잘 여문다. 기계가 없던 시절에는 소가 끌어주는 쟁기질로 여러 번의 가래질을 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옛날에는 “한식날 논물은 극약인 비상보다 더 독하다”고 했다. 현재는 저수지의 확충, 농업  용수의 개발, 양수기의 보급 등으로 논물 가두기는 사라졌다. 청명 때는 삐삐, 삐비 또는 삘기라 부르는 띠(牙)의 어린 순이 돋는데 군것질거리가 없던 농촌에서 아이들이 다투어 뽑아 먹기도 했다. 또 이때가 되면 비가 잘 오지 않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된다. 청명과 한식 때가 되면 특히 바람이 심한데, 이때 불이나기 쉬우므로 한식날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밥을 그냥 먹기도 했다. 
 한식과 관련된 중국 고사도 있다. 개자추라는 충신의 넋을 위로하는 날로 불에 타 죽은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불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한식 유래와 개자추의 교훈은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청빈하게 삶을 살다가 불에 타 죽은 개자추의 생애를 돌아본다.
 개자추 전설은 중국 춘추시대에 공자 중이가 망명 생활을 하며 유랑하다가 진나라 문공이 되어 지난날의 충신들을 포상했다. 이때 과거 문공이 굶주렸을 때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서 바쳤던 충신 개자추가 이 포상자들 중에 들지 못하자 개자추는 문공을 원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문공이 뒤에 잘못을 뉘우치고 그를 찾았으나 산중에서 나오지 않으므로 불을 놓으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산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끝내 나오지 않고 홀어머니와 함께 서로 부둥켜안고 버드나무 밑에서 불에 타 죽었다. 개자추는 자신이 19년간 모시고 자신의 허벅지살까지 베어서 국을 끓여 바친 중이 왕자가 왕이 되었어도 벼슬이나 재물을 탐하지 않고 산속에서 청빈 생활을 감수했던 인물이다. 사람들은 작은 일을 했어도 자신의 공덕이라고 생색내기 바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쓰는데 개자추는 19년 동안이나 봉양하는 생활을 하고서도 그 것은 신하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진왕이 된 중이왕자는 개자추가 불에 타 죽은 후 개자추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모든 백성들에게 개자추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한 달 동안 금연, 금화토록 하고 찬 음식을 먹도록 했다고 한다. 이에 그를 애도하는 뜻에서 청명 날은 불을 쓰지 않고 요리를 하지 않고 차가운 음식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이날 나라에서는 종묘와 각 능원에 제향을 지내고 관공서 직원들에게 공가를 주어 성묘하도록 하였다. 
 농가에서는 이 무렵부터 바쁜 농사철에 들어가 논밭의 가래질, 논밭둑 다지기, 보리밭 매기, 채소 파종 등을 시작하느라 일손 구하기가 힘들다. 또 ‘동국세시기’ 청명조에 따르면, ‘이 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로 불을 일으켜 임금님에게 바친 뒤 다시 각 지역의 관청에 나누어 준다’고 하였다. 이 불을 다음날인 한식에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서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 바로 한식이다. 이 무렵을 전후해 찹쌀로 빚은 술을 청명주라 하여 담근 지 7일 뒤 위에 뜬 것을 걷어내고 맑은 청주를 마시기도 하였다. 또 한식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하여 한 해 동안 먹을 장을 담그기도 하였다. 청명에는 입맛을 돋우는 달래를 무치고 냉이국과 씀바귀나물 무침을 해 먹었고 보령 앞바다에서 나오는 ‘오색경단 가시리국’을 끓여 먹으면서 건강을 지켰다.
   왠지 모르게 식욕이 떨어지는 봄날, ‘오색경단 세모국’을 끓인 후 다진 마늘과 세모, 다진 파와 대파를 숭얼숭얼 썰어 넣고 푸짐하게 한 사발을 훌훌 마시면서 건강한 봄맞이를 하는 것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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