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15)/ 아이들 키움서 어떤 고민들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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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15)/ 아이들 키움서 어떤 고민들 하고 계신가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3.04.25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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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⑮

어릴 때 내 꿈은             -도종환 시인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녀셕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중략)

잣것이 오늘은 또 무신 이야글 할려고 뜬금없이 요상한 시를 읊어대쌍게 쬐까 까갑해짐서 뭔 이야그다냐 싶으시제라!
살구꽃이 피어낭게 복사꽃도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왼 산에 진달래랑 산벚꽃이랑 겁나게 피어나등만 호미 내팽개치고 동네 처녀 바람나게 맹그는 앵두꽃까지 피어나부네요잉! 워쩐다고 저리도 고웁게 꽃들은 피어나는데 이놈의 세월은 고장도 안나고 잘만 돌아가는지 확 세월이란 놈과 한판 격투기라도 하고 싶어진당께요. 나만 긍가!

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참말로 존경스럽구만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사춘기 중학생들 가르치시는 선생님이라면 더욱 존경하구만요. 물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허벌나게 힘드신지 알제라.
그란디 서울떽헌티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순창 바닥에 쬐까 있는 줄 모르시제요.
현재 중핵교 1~3년까정 남자와 여자 아그들과 학원에서 국어수업을 하고 있고요. 작년까정 도서관에서 다문화 이주 여성들과 수업을 혀농게 길거리에서 만나도 이산가족 상봉 한 것 마냥 반가운 제자들이 쬐까 많당께요. 그나마 지적이고 날씬한 30대 이삔 여자들이 함께 교육 받음시롱 깍듯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중게 황송 하제요. 지금 고3과 대학교 1학년, 2학년 또래들 학원 수업도 했었구요. 서울떽이 모 중학교만 가면 엄청 반갑게 맞아서 껴안아주고 손잡아주는 아이들이 겁나게 많다는 정보는 알고 계시제요잉! 독서논술 수업 하면서 저랑 토론하고 노래 부르고 느티나무 아래서 시도 쓰고  진달래 화전도 해먹고 연극놀이도 함께 했던 절친 제자들이거든요. 내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꿈과 기도 살릴 수 있지만 상처가 될 수도 있기에 콩닥콩닥, 통게통게, 벌떡벌떡 뛰는 가심 부여 안고 수업에 들어갔었지요.  영화 논술도 하고 역사신문도 만들고 3시간 넘게 토론도 하고 꼼지락 꼼지락 북 아트도 해 봄시롱 참말로 행복하게 3년간을 나이도 붙들어 매어 놓고 신났었네요.
근데 제가 요즘 학원에서 국어수업을 하다보면 위 시에서 나오는 선생님이 될 수가 없당께요.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도종환 시”
워쩔수가 없이 요런 선생님이 되고 싶지는 결단코 아닌디 말이여라. 이제 막 중학교 1학년이 된 친구들과 품사 수업 중 용언, 체언, 가변어, 불변어, 어간 등 새로운 용어들이 나오니 즈그들도 월매나 힘들겄어요. 짠해 하다가도 “얘들아, 중간고사 준비하려면 일요일날도 너희 나와야 되거든. 한번 더 공부하자”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우리는 언제 맴 편하게 쉬나요, 맨날 밤늦게까정  학원 갔다 집에 가면 숙제도 많이 내줘서 쉴 수도 없는디! 토요일 일요일까지 학원 나오면 어떡하라고! 의자에 앉아서 하루 종일 있는 우리 심정을 왜 몰라 준데요!” 야단법석입니다. 한 10분도 못 남은 시간을 이어 갈수가 없겠다 싶었어요. 아이들이 분노하는 것을 급하게나마 물꼬를 터줘야겠길래 칠판에 적기 시작했걸랑요.

 

[엄마들한테 듣기 싫은 말] 
1위, 학원 안 가니, 빨랑 학원가라. 2위, 네 언니를 봐봐. 네 오빠처럼만 해봐라(비교하는 말)/ 싸돌아다니지 좀 마라.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니! 3위, 오늘 뭐했어, 공부한 것 좀 가져와 봐/ 친구들 좀 데려오지 마.
[엄마한테 듣고 싶은 말]
1위, 푹 자. 수고했어! 오늘 하루 맘껏 놀아라. 2위, 핸드폰 신형으로 바꿔 줄까, 아님 요금제 올려줄까? 3위,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사먹고 놀아.

 

나머지는 위 사진에 나와 있어요. 워쩐가요. 엄마들마다 ‘너네들이 나중에 크면 고마워 할꺼다’라고 하면서 공부 안하면 핸드폰 없애 버린다는 협박을 하시나봐요. 하하하! 글구 공부 열심히 하다가 잠깐 컴퓨터 하고 있으면 들여다 보심서 뭐라고 하신다고 꼭 무신 법칙 같다고 허등만요. 저도 우리딸이 힘들다고 허면 ‘네가 뭘 했다고 그려! 죽어라 일하고 오는 엄마 아빠도 있는디’라고 험서 말을 끊어 버리거든요. 아휴! 뜨끔하더라구요. 부모가 되는 교육, 함께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하단 생각이 여지없이 들더라구요. 생각해봉게 엄마들도 할말은 많겠지만 아이들과 속 터놓고 대화하는 법도 돈버는 것만큼 필요하지 않을까 허는디 워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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