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일척/ 황제를 마지막 밑천으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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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일척/ 황제를 마지막 밑천으로 삼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05.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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孤 외로울 고, 注 물댈 주一 한 일, 擲 던질 척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56

송(宋, 960-1279)나라 진종(眞宗) 때에 거란족들이 중원을 침입하자 조정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좋은지 의견이 분분하였다. 신하들 중 많은 사람이 진종에게 우선 빨리 피난을 가는 게 좋겠다고 건의하였다. 그러나 재상 구준(寇準)만이 강력히 다른 의견을 내었다.
“피난만이 상책이 아닙니다. 지금 물러나시면 나라가 더 위태로워집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황제께서 직접 나서서 군을 독려하여 전쟁에 임하신다면 군의 사기가 높아져 틀림없이 거란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준이 이처럼 결연하게 의견을 내므로 진종이 마침내 직접 군을 이끌고 나가 단주(澶州)지역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고 결국 거란이 투항하여 강화조약을 맺었다. 이와 같은 승리는 진종의 체면을 크게 높여 주었고 이후부터 구준을 더욱 신임하여 중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신임은 신하 중 한 사람인 왕흠약(王欽若)의 질투를 일으키게 하였다. 어느 날 아침 조정회의가 끝난 후 왕흠약이 구준이 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진종의 면전으로 가 조용히 말했다.
“폐하께서 구준을 이처럼 신임하시고 계시지만 구준이 오히려 폐하를 그저 그런 사람으로 보고 안중에도 없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모르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네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구준이 나에게 충성하지 않고 배반이라도 하고 있단 말이냐?”
“폐하, 우선 노여움을 푸시고 제 얘기를 들으십시오. 지난 번 단주지역의 승리를 기억하십니까? 그때 우리가 비록 승리를 하였지만 사실은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전쟁이었습니다. 도박으로 비유하여 말하겠습니다. 노름꾼이 도박에서 지게 될 경우 마지막으로 큰 모험을 하기로 하고 남아 있는 모든 돈을 걸게 됩니다. 만약 지면 모든 돈이 사라지는 것인데 이것을 ‘고주(孤注)’라고 합니다. 폐하는 아십니까? 그때의 전쟁에서 구준이 폐하께 친히 나서도록 강력히 요청한 것은 결국은 폐하를 고주로 만들려는 불손한 의도를 가졌던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귀가 얇은 진종이 듣고 기분이 크게 상했다. 
‘그래? 구준이 정말 간이 큰놈이구나. 짐의 목숨을 한 번 써먹고 버릴 것으로 보다니.’
결국 진종이 구준을 재상의 지위에서 지방의 지부로 좌천시키더니 나중에는 아예 귀양을 보내버렸다.
‘노름꾼이 남은 밑천을 다 걸고 최후의 승부를 걸다’는 것으로 위급할 때 온 힘을 발휘하여 한 차례 모험을 걸다는 뜻이다. 있는 역량을 모두 한 가지 일에 모아 대처하여 나가되 다른 것을 돌아보지 않고 손을 떼는 것을 의미하였다.
훗날 역사가들은 진종을 ‘간신의 참언을 믿고 충신을 내친 나쁜 제왕’ 의 사례로 열거하면서, 무릇 지도자란 나라의 위기가 닥칠 때에는 응당 자신을 서슴없이 내던져 고주일척(孤注一擲)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배수일전(背水一戰)이 있다. ‘배수진을 치고 싸우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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