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7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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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75) 일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3.05.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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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지식인들의 불행의 원인의 하나는 대부분의 지식인들, 특히 문필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재능을 독자적으로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속물’이 경영하는 부유한 주식회사에 고용되며 ‘속물’들은 그들에게 치명적인 넌센스라고 생각하는 것을 산출하라고 강요한다. 만일 당신이 영국이나 미국의 언론 기자들에게 그들이 일하고 있는 언론사의 정책에 동의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극소수만이 동의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나머지는 생계를 위해 그들이 유해하다고 믿는 목적에 재능을 팔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만족을 줄 수 없으며 동의하지 않는 일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해 가면서 냉소적 인간으로 변해간다.”          [버트런드 러셀 영국]

 지식인이란 사회의 나침판이요 이정표이다. 지식인들이 지식과 양심을 안일과 명리로 바꾸게 되면 세상은 이정표를 상실하고 나침판이 없는 항해를 하게 됨으로써 사악한 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게 된다. 지식인들이 학문과 재능을 ‘속물’들의 사악하고 저속한 욕망의 실현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악마에게 영혼을 맡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대의 모든 사회악의 근저에는 영혼을 돈에 넘기는데서 비롯된다. 보수가 매력적이라면 직종의 의미와 선악은 개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기꺼이 악에 봉사한다. 해서 악은 승승장구한다. 문제는 굶주림 때문이 아니라 단지 보수가 많고 안정된 직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아의 존엄성을 쉽게 팔아버리는 것이다.

각각의 개인의 마음과 언행이 모아져서 세상이 만들어진다. 세상은 자신의 행복이 세상과 연계되어 있음을 믿는 현명하며 선량한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고 개인들의 생각과 언행이 건강하지 못할 때 세상은 병든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치 않겠다는 사람, 세상이 악하기 때문에 나도 적당히 악해야 살수 있다는 생각은 악이 잘 자라는 더 없이 좋은 토양이다. 불편하지만 적은 수입에 만족하면서 자기의 소신을 위해 사는 진정한 자존심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든 세상이다. 자기의 신념을 포기하고 신념이 없이 산다는 것은 자기를 잃고 사는 것이다. 안일과 보수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돈을 위해 자기를 버리는 짓이다. 자기완성의 수단인 돈 때문에 자기를 잃는 것이다. 

사람은 절대적 목적이고 일과 돈은 사람을 위한 수단이다. 돈과 일을 위해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은 수단을 위해 목적을 훼손하는 어리석음이다. 일은 사람을 참되게 하고 참한 사람은 언제나 일을 가까이한다. 특히 몸을 써서 하는 일은 사실을 상대로 일하기 때문에 거짓이 통하지 않으므로 일 자체가 사람을 진실하게 한다. 그에 비해 머리로 하는 일의 경우 거짓이 끼어들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많다. 노자는 ‘지혜출유대위(智慧出有大僞)’, 지혜는 큰 거짓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세상을 두렵게 하는 악의 대부분은 흙과 때를 멀리하고 육체노동을 경멸하는 자들에 의해 발생한다.

생업은 삶의 성격을 규정하며 일은 평상심을 유지하는 근본이다. 도리에 맞는 가치 있는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고 부자는 아니지만 극히 가난하지도 않는 정도의 소득으로 소신에 의해 사는 사람은 인생을 뜻있게 사는 행복한 사람이라 하겠다. 성실한 사람은 결코 할 일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해야 할 일을 찾아서한다. 성실한 사람이란 성실 그자체이기 때문이다. 선한 일은 시작과 끝이 한결같이 선하다. 선한 사람은 명리를 구하지 않으며 결과보다 일 자체를 사랑한다. 훌륭한 농부는 수확의 기쁨 못지않게 가꾸는데 기쁨을 가지며 훌륭한 사람은 명리보다 봉사를 더욱 즐거워한다.

현대인의 대다수는 직업의 좋고 나쁨을 수익성 중심으로만 따지지만 직업의 귀천은 그 일이 세상에 기여하는 의미를 중심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사람을 먹여 살리는 농사, 환경을 청결하게 하는 청소 등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귀중한 직업인이며 도둑을 잡는 경찰은 직업을 귀하게 하지만 부정부패를 엄호하는 경찰은 직업을 천하게 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려는 공무원은 공직을 귀하게 하지만 권위의식을 갖고 국민에게 군림하려는 공무원은 공직을 천하게 한다. 정론직필로 악을 고발하고 선을 지지하는 언론인은 언론을 소중한 것으로 하지만 사론곡필로 사회정의를 훼손하고 대결과 반목을 조장하여 세상을 불화하게 하는 언론인은 언론을 천박한 것으로 만든다. 사람을 죽이는 직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업에 있어 귀천을 결정하는 것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자신이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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