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구우후/ 큰 조직의 말석보다는
상태바
계구우후/ 큰 조직의 말석보다는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05.30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鷄 닭 계, 口 입 구, 牛 소 우, 後 뒤 후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57

우리 뿐 아니라 중국역사에서도 보면 더 욕심을 내어 높은 곳을 바라보다가 지금 누리는 자리도 보존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람들이 허다하였다.
작금의 우리 정치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기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으며 바라보는 곳에 과연 오를 수 있는지 좀 따져 보지도 않고 그저 높은 자리에 올라갈 생각에 눈이 어둡거나 아니면 그냥 내질러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인지…. 어쨌거나 계구우후(鷄口牛後)하려는 사람만 득실거리니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백성들은 마냥 피곤할 뿐이다.  

‘전국책ㆍ한책(戰國策ㆍ韓策)’에 나온다. “신문비어왈, 영위계구, 무위우후(臣聞鄙語曰, 寧爲鷄口, 無爲牛後)’, ‘속담에 차라리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 쇠꼬리는 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진(秦)나라 상앙(商鞅)이 변법을 시행하여 그 세력이 점차 강해지더니 주위에 있는 나라들을 쳐 합쳐나가기 시작하였다. 각 나라는 자기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갖가지 방어조치를 취하여 나가고 있었으나 국력이 약한 한(韓)나라는 아무래도 진나라의 침략을 당해 내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컸다. 결국 치욕을 무릅쓰고라도 신하의 예절로 진나라를 섬겨 나라의 명맥이나마 유지하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소진(蘇秦)은 당시 유명한 세객으로 합종(合縱, 각국의 역량을 연합하여 진에 대항하는 정책)의 방법으로 진나라의 침략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한나라가 진나라에게 굴복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그는 바로 한왕에게 달려가 진나라에 항복하지 말 것을 적극 건의하였다.
“대왕, 한나라는 지세가 험준하고 국토의 면적도 천리나 되며, 군사가 10만 명이 넘을 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무예가 뛰어나고 투구와 갑옷 등 전투장비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나라가 강성함에도 영명하시다고 잘 알려진 왕께서 스스로 무도한 진나라에 굴복하시려 하다니…. 너무나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진이 이어서 간곡히 말하였다.
“왕께서는 좀 자세히 살펴보십시오. 진왕은 탐욕하기가 그지없어 일단 한나라가 신하의 예로 섬기면 그들은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와 땅을 더 달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한나라의 영토가 많지 않은데도 그들의 요구는 계속될 것이며 그러다가 나중에 남은 땅이 적어지고 군사도 줄어들면 반항 한 번 해 볼 기회도 없이 모조리 빼앗기고 말 것입니다. 속담에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 쇠꼬리는 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오늘 왕께서 스스로 쇠꼬리가 되려 하시는데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나라 왕이 크게 감동하여 하늘을 우러러 보며 말했다.
“내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진나라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소!”
 
이 성어의 진정한 의미는 ‘나쁜 환경이지만 중시를 받으며 사는 것이 좋은 환경에서 살더라도 무시를 받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오늘날 조직사회에서는 ‘큰 집단의 말석보다는 작은 집단의 우두머리가 낫다’는 말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리더가 될 자격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가 이 성어를 본 따 함부로 닭의 부리가 되려한다면 그 사회와 조직의 경쟁력은 불 보듯 뻔하다. 즉 능력이 되었을 때 비로소 닭의 부리를 노리는 것이 사회발전을 위해서도 이치에도 맞는다고 본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