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부도/ 꼬리가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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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부도/ 꼬리가 너무 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06.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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尾 꼬리 미, 大 큰 대, 不 아닐 부, 掉 흔들 도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58

린뱌오(林彪)는 중국 홍군(紅軍)의 야전사령관으로 공산당의 정권탈취 투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당과 정부의 주요 요직을 맡았다. 문화대혁명과정에서 류사오치(劉少奇) 등을 몰아내 마침내 마오쩌둥(毛澤東)의 신임을 받아 후계자로 지목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1971년부터 린과 그의 추종자들의 세력이 너무 커진 것에 불안을 느낀 마오의 견제와 압력으로 두 세력 간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고, 급기야 린이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달아나던 중 몽골 상공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었다. 
믿고 신임하던 부하의 세력이 너무 커져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역으로 당할 뻔했던 마오쩌둥! 미대불도(尾大不掉)의 고사를 몰랐던 것일까? 

좌구명(左丘明)이 쓴 ‘춘추좌전ㆍ소공(春秋左傳ㆍ昭公)’에 나온다. 말대필절 미대불도(末大必折 尾大不掉), 가지가 크면 줄기를 자를 수 있으나 꼬리가 무거우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초(楚)나라 영(靈)왕이 채(蔡)나라를 점령하고 동생인 공자 기질(棄疾)을 보내 봉읍을 관리하게 할 생각이었다. 왕은 평소 신임하던 신하 신무우(申無宇)에게 물었다.
“기질을 채공(蔡公)으로 임명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뜻밖에도 신무우가 냉수를 끼얹는 말로 대답하였다.
“신이 보기에는 왕의 친척에게 봉읍을 관리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왕궁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하면 왕이 관리하기가 어렵고, 게다가 그들이 세력을 키워 군대를 가졌다가 기회를 틈 타 군대를 일으켜 반란을 도모하기라도 하면 큰 낭패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불안해질 일을 왜 굳이 하시려 하십니까?”
왕이 별로 믿지 않는 기색을 보이며 물었다. “한 나라가 세력이 강한 봉읍을 갖는 것이 뭐가 나쁘단 말이오? 만약 외적이 오면 그들이 바로 와서 외적을 막아주지 않겠소?”
신무우가 다시 걱정스러운 눈빛이 되어 대답하였다. “왕의 말씀이 이치에 맞는 것 같습니다만, 한 나라가 세력이 큰 봉읍을 가졌다가 나라가 크게 위협을 받았던 역사적 사실들이 많이 있었던 것을 아셔야 합니다. 예를 들면 옛날에 위(衛)나라 헌공(獻公)이 쫓겨난 일이 있었고 어떤 나라의 왕은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나뭇잎이 너무 무성하면 가지를 절단하여 정리할 수 있지만 동물의 꼬리가 너무 무겁고 크면 흔들어 대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과 같습니다. 왕께서는 이점을 헤아려 주십시오.”
신무우가 진심으로 간곡히 왕을 설득하였으나 왕이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기어이 동생인 기질을 채공으로 임명하여 보냈다. 2년 후 과연 채공이 반란을 일으키니 왕이 성 밖으로 도망치다가 최후에는 자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훗날 사람들은 이 성어로 조직의 위가 약하고 아래가 강해지면 통치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의미로 쓰면서, 조직이나 기구가 방대하여 지휘하기가 힘들고 기구의 하부가 강하고 상부가 악하여 마음대로 지휘할 수 없는 경우를 비유하였다.
다만, 하의상달이 비교적 자유로운 오늘날에는 이 성어의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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