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이 50에 관악캠퍼스 문턱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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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이 50에 관악캠퍼스 문턱을 넘다
  • 설균태 향우
  • 승인 2010.10.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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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균태 풍산면 출신

늦깎이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입학하여 학창시절의 애환을 추억삼아 떠올리며 수많은 만학도 들에게 용기를 주고파 몇 자 적어본다.
오래전부터 기회가 되면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정규과정의 학업을 받는 것이 꿈이었다. 그것은 아련한 어린 시절 풍산면 두메산골에서 가난 때문에 상급학교에 진학을 못하고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친구들을 보며 한없이 부러워했던 지난날이 떠오를 때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은 있지만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그런데 86년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수료생마다 교수진과 연수생 앞에서 본인의 각오를 다짐하는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기회가 온다면 정규과정의 공부를 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내가 발표한 내용은 녹음이 되어 우편으로 배달되어 가족들도 그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내가 가족과 여러 사람 앞에서 약속한 내용은 꼭 실행해야겠다는 강박감 같은 굴레가 씌워진 것을 항상 느끼고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어느 날 총무처로부터 국내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는 공무원에게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공문이 공람되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입학도 어렵고 학사규율도 까다로운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택하기로 하였다. 평소 가고 싶었던 학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시험을 치를 경쟁지원자들은 나보다 20~25세가 어린 대학을 갓 졸업하여 행정고시에 합격한 젊은 공무원들이였다. 그러나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여 시험을 친 결과 최종 합격이 되었다. 총무처에서 정부 장학생으로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추천해서 지원한 학생이 12명이였는데 2명만 합격하였다. 그때 나이 만 50세, 그 당시 행정대학원장께서 면접을 하면서 행정대학원 유사 이래 가장 고령의 입학생이라고 들려주었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 별로 힘 들이지 않고 졸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역시 서울대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출석점검부터가 중ㆍ고등학교 못지않게 엄격하였다. 그때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공무해외출장으로 하루 수업 빠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각도 한번 하지 않았다. 낮에 공무에 매달리다가 저녁 수업시간에 맞춰 등교하기도 쉽지 않았고 차라도 막힐 때는 자정을 넘어서 집에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대충 때울 때도 적지 않았다. 학과목 마다 과제도 많아 새벽 2~3시까지 과제물을 정리 할 때도 많았다. 그때 내 아이들은 돋보기 쓰고 공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무언의 자극과 감명을 받았을 것 같다.
성실한 학창생활로 중도에 낙오되지 않고 2년6개월의 소정기간 내에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함께 입학한 동기들 50명 가운데 졸업한 동기는 20명이 채 안되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은 나 개인에게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큰 수확이었다. 뒤늦은 학창생활이었지만 일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보냈던 기간 이었던 것 같고 마음속 다짐을 실행에 옮기는데 성공한 것은 나의 노력의 결정 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다. 이런 연유로 나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대해서 남달리 애정을 느끼며 졸업생이라는 것을 유난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설균태(풍산면 출신)
·국민신용카드 수석부사장
·전북신용보증재단 초대이사장
·현대케피탈 고문 역임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감사(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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