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약목계/ 미련하고 바보같이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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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약목계/ 미련하고 바보같이 보이지만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07.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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呆 어리석을 태 若 같을 약 木 나무 목 鷄 닭 계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61

莊子ㆍ達生篇(장자ㆍ달생편)에 나온다. 망지사목계의, 기덕전의(望之似木鷄矣, 其德全矣),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만든 닭과 같습니다. 그 덕(닭)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투계(鬪鷄, 닭싸움)는 도박성 오락으로서 일찍이 중국 고대에 이미 성행하고 있었으며 왕족과 귀족들이 즐겼다. 동한(東漢) 말 학자 응소(應劭)가 지은 풍속통의(風俗通義)에도 주(周)나라 선왕(宣王)이 투계를 하였다는 기록을 담고 있는데 그 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선왕이 투계를 무척 좋아하여 닭을 잘 조련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훈련시키도록 하였다. 열흘이 지난 후 와서 물었다.
“이제 닭싸움에 보내도 되겠는가?”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제 기운만 믿고 사납게 굽니다.”
열흘이 지나 임금이 다시 조련장을 찾았다.
“아직 멀었습니다. 아직도 다른 닭소리를 듣고 그림자만 보아도 곧 달려들려고 합니다.”
열흘이 지나 임금이 또 물었다.
“아직 안되었습니다. 다른 닭을 보면 곧 눈을 흘기고 기운을 뽐내고 있습니다.”
열흘이 지나 임금이 또 물었다.
“이제는 거의 잘 길들여진 것 같습니다. 보십시오. 가끔 소리를 지르기는 하지만 편안하고 한가로워 보이지 않습니까? 마치 나무로 만든 닭과 같지요. 이러한 닭은 마치 미련하고 바보같이 보이지만 다른 닭이 그 닭을 보면 오히려 매우 겁을 냅니다. 훈련이 안 된 닭은 무조건 달려들어 소리부터 내지르다가 정말 강한 닭을 만나면 그만 놀라 비실비실 도망가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훈련받은 닭은 함부로 소리를 내지 않고 적과 대적할 때만 큰소리를 낸답니다.”
‘나무를 깎아 만든 닭처럼 멍하니 있다’ 즉 멍청이 같지만 실은 아주 훈련이 잘 된 닭으로 겉으로 두려움이나 놀람 따위로 얼이 빠져 우두커니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좀 더 나아가 ‘촐싹거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주고 있다.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자기의 진심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 남들이 당신의 태약목계(呆若木鷄)한 언행을 보면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머리가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의 재주나 지혜를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숨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을 잘 보는 것도 처세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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