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맹호/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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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맹호/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08.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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苛 가혹할 가 政 정치 정 猛 사나울 맹 虎 호랑이 호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62

예기ㆍ단궁편(禮記ㆍ檀弓篇)에 나온다. 소자식지, 가정맹어호야(小子識之, 苛政猛於虎也),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학정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춘추시대 말, 공자와 제자들이 호태산(虎泰山)을 지나다가 한 부인이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것을 보게 되었다. 공자가 수레를 멈추고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어찌된 연유인지 알아보게 하였다.
“부인, 도대체 무슨 일로 그리 슬피 우십니까?”
그 부인이 잠시 울음을 그치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얼마나 큰 고초를 당하였는지 모르시죠? 이곳에 호랑이가 많아 시아버님이 얼마 전에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고, 다음에는 남편이 잡혀 먹히고 며칠 전에는 또 아들이 잡혀 죽었답니다. 아! 앞으로 저 혼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말 막막합니다.”
공자가 수레 안에서 듣고 참지 못하여 부인에게 물었다
“이렇게 호랑이가 많은데도 왜 가족들이 호랑이가 없는 안전한 다른 곳으로 좀 일찍 이사를 가지 않는 거요?”
부인이 이 말을 듣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선생님, 말은 쉽지만 그러지 못한답니다. 여기는 비록 호랑이가 많아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염려가 있긴 하지만 가혹한 세금과 노역은 없답니다. 마을로 내려가 탐관오리들한테 가렴주구(苛斂誅求, 조세 따위를 가혹하게 거두어들여 백성을 못살게 들볶음)를 당하느니 차라리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 더 편합니다.”
이 말은 들은 공자가 큰 느낌을 받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가혹한 정치는 백성들에게는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당시 노(魯)나라 대부 계손자(系孫子)의 폭정으로 고통을 받던 백성들이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선택하였던 것처럼, 당시의 가정(苛政)이 백성들에게는 번거롭고 잔혹한 정치였다. 이러한 무서운 세금과 노역이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었던 같다.
조선시대 후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암행어사를 지내며 보고 겪은 부패한 관리들의 횡포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시를 여러 편 써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그 중 유명한 ‘애절양(哀絶陽)’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뱃속의 아이나 죽은 사람에게까지 심지어 기르는 개에게까지 세금을 물리는 혹정에 울분한 한 남자가 그 원인이 자식을 많이 낳게 만든 자신의 성기(性器)에 있다고 개탄하면서 절양(絶陽, 생식기를 자름)하니 이를 본 아내가 남편의 성기를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참혹한 당시 백성들의 생활고를 뼈저리게 느끼고 국민의 공복이어야 할 관리들이 어떠한 마음자세를 지녀야 하는가를 강하게 느끼게 한다.
무릇 공복이 된 자는 우선 자신을 다스리는 양식(良識)을 갖고, 건전한 희망과 꿈을 지닐 수 있는 사회,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어려운 이 시대를 극복하는 지혜라고 본다. 지나치게 많은 세금 또한 국민을 힘들게 한다. 혈세 아닌가! 국민을 위해 적재적소에 써야할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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