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 멈추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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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 멈추면 안 된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3.09.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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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6일 <한겨레> 누리집에서 ‘내란음모’라는 큼직한 기사 제목을 봤다. “무슨 내란음모 ?” 1971년 대학생 4명과 사법연수원생 1명이 ‘하숙집’에서 음모한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 1975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8명 ‘인혁당 내란음모 판결’,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지금은 모두 ‘내란음모’의 실체도 흔적도 없었다고 밝혀졌다. 국가 이름으로 무고한 사람을 고문하고 죽인 국가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또다시 ‘내란음모’ 혐의로 국회의원을 구속하고 정당의 해산을 운운한다. 안타깝고 우습다. 불안하고 답답하다.

2013년 9월 4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12번째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참 안타깝고 안쓰럽다. 통합진보당이 안타깝고 대한민국 정보기관 국정원이 안쓰럽다. 국정원이 밝힌 ‘이석기 녹취록’에서 “80만원짜리 장난감 총을 개조하면 된다”는 대목에선 헛웃음만 나온다. 국정원이 그동안 내놓았던 공안사건의 상당수가 시작은 창대하되 결말은 미약했다. 오늘 이 ‘내란음모혐의’를 바라보며 ‘투쟁과 탄압’, ‘혁명과 조작’이 날카롭게 맞섰던 ‘박정희 유신’, ‘전두환 학살’이 생각난다.

한 일간지의 칼럼에서 “50대 중반 중소기업체 사장이 ‘그런데 좀 웃기지 않아요. 백명 좀 넘는 사람들이 장난감 총 개조해 들고 나와서 내란을 하겠다니…’. ‘무장폭동을 하겠다는 보도가 있는데 무섭지 않나요?’ 옆에서 듣고 있던 40대 후반 대기업 간부가 ‘무섭긴요. 황당했어요.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죠. 불쌍한 사람들이니, 형사처벌이 아니라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이 사회의 기득권층에 속한 사람들이 등산길에서 나눈 대화는 이른바 지하혁명조직 아르오(RO)가 꾸몄다는 ‘내란음모’가 공포가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었다.”

광명천지 21세기에 내란음모죄를 들고 나온 국정원이나, ‘촛불’에 위협을 느끼는 국정원의 먹잇감이 된 ‘80년대식 애국세력’을 보며 참 어이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정원이 ‘프락치’를 심어 엿들은 ‘전시의 시설 파괴’, ‘장남감 총 개조 모의’, ‘사람을 포섭하는 사업’ 등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를 ‘내란예비음모’라 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대한민국 형법에는 ‘내란’의 정의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행위”인데 130명이 국헌이 문란할 만큼의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니 어이가 없고 우습기만 하다.

국정원이 비공개수사의 관행을 내팽개치고 공개수사에 나선 깊은 뜻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 대선에서의 선거 개입 혐의가 분명해지고 국내부서 축소 등 개혁 요구와 무관하지 않는 분석이다. 국가기관이 조직 보호를 위해 위법 시비나 눈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형국이니 딱하고 꼴사납다. 지난날 정권의 명분이 약해지고 권력기관의 개혁이 임박해지면 어김없이 등장한 ‘간첩단 사건’. 이제는 익숙해져 놀랍지도 않다. 그들은 체제에 대한 모든 반대에 ‘종북’ 색깔을 뒤집어씌우려 하고 ‘범 종북’으로 지칭되는 개혁세력은 싸우기보다는 피할 명분 찾기에 급급하다.

보수세력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뿐만 아니라 정의당과 민주당까지 종북으로 몰아붙인다. 이들은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전체를 동일시한다. 통합진보당은 2000년에 창당한 민주노동당의 후신이다. 노동자와 농민의 피와 눈물로 만든 정당이다.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현장 활동가들의 헌신으로 만든 정당이다. 강령ㆍ당헌ㆍ당규 어디에도 위헌 요소가 없다. 통합진보당은 스스로 ‘내란음모혐의’의 진상을 파악하고 밝혀 진보를 희구하는 민중들에게 웃음을 돌려주어야 한다.

국정원은 궁지에 몰리자 비장의 무기를 깠다.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의 불법 공개에 이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박근혜 정부 들어 두 번째다. 지금도 국정원 규탄은 전국의 노동조합과 대학ㆍ종교ㆍ시민 사회단체로 번져 나가고 있다. 해외의 유학생과 교민들도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자 처벌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흐르는 강물을 막을 도리는 없다. 민주주의를 경험한 민중은 여전히 민주공화국을 희망한다. 이 정부와 국회는 국정원 개혁을 멈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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