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행하효/ 윗사람 비위만 맞추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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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행하효/ 윗사람 비위만 맞추다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09.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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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위 상, 行 갈 행, 下 아래 하, 效 본받을 효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64

‘주례ㆍ천관ㆍ태재ㆍ소(周禮ㆍ天官ㆍ太宰ㆍ疏)’에 나온다. 상행지, 하효지(上行之, 下效之) : 윗사람이 하는 대로 아랫사람이 본받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제(齊)나라 경공(景公)시절 재상 안영(晏嬰)은 충간을 마다하지 않는 곧은 신하였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난 후 경공의 과실에 대해 진정으로 충간하는 신하가 없으므로 내심으로 불만을 가지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하루는 경공이 신하들과 활쏘기를 하는데 쏜 화살이 과녁에 맞던 안 맞던 모두 환호성을 치고 솜씨가 신(神)과 같다고 칭찬하며 아부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경공이 활 쏘던 일을 말하면서 그 당시 ‘왕이 잘 쏜다.’ 고 칭찬하며 아부하던 신하들을 은연중 비판하였다. 이때 신하 현장(弦章)이 나섰다.
“신하들만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옛말에 ‘위에서 행하면 아래서 따라 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때문에 군주가 뭘 하기 좋아하면 신하들도 그에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만약 군주가 비위나 잘 맞추고 아부하는 신하를 좋아하면 신하들도 곧 국왕에게 비위를 맞추고 아부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왕이 듣고 바른 말을 해준 현장이 고마워서 귀중한 선물을 상으로 주도록 분부하였다. 그러나 현장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아부를 잘하는 신하들은 대부분 어떤 상금이나 승진을 바라보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왕이 주신 이런 귀중한 물건을 받으면 저도 마찬가지로 남의 비위나 맞추고 아부나 잘하는 사람과 다를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뭐라고 하시든 이런 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성어는 지도자나 부모의 언행이 똑바르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어느 조직사회에서든 적정한 수준의 아부의 말이 필요하긴 하나 과도한 아부는 조직을 좀 먹게 하고 지도자의 눈을 멀게 하므로 지도자 자신이 이를 적절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어안연편(論語顔淵篇)’에 풍행초연(風行草偃)이라는 말이 있다. 바람이 불어 지나가면 풀이 옆으로 넘어진다는 것으로, 윗사람이 모범을 보이고 덕을 베풀어야 백성이 교화되고 다스려진다는 뜻이다.
이 성어와 관련하여 한 친구가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말로, 칭찬은 사실대로 말하는 것으로 “혈색이 좋네요”, 아부는 사실을 과장하여 말하는 것으로 “혈색을 보니 젊어 보이네요”, 한 단계 높은 아첨은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혈색을 보니 10년은 젊어 보이네요”이다. 다음으로 독일에서 나온 말로 ‘자전거 타는 사람(Radfahrer)’이 있다. ‘아부로 지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면서 자신의 출세를 위해 밑에 사람들을 과감하게 짓밟는다’는 것이다. 머리는 연신 앞뒤로 조아리며 발로는 빡세게 페달을 밟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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