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27)/ 통통한 가실 닮은 최고의 찬사 ‘오메 징한 것!’
상태바
서울떽(27)/ 통통한 가실 닮은 최고의 찬사 ‘오메 징한 것!’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3.10.25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27

뻘건 단풍                    오세영 지음


누가 저렇고롬 뻘건 물감을
찌끌어 놓았다야
천지 사방 불붙었당께
어쩐당가.
이녁 피지 못해
퇴깽이, 여시 묏도야지...
몽땅 불괴기 되겠시야

오매 징한 것
산신령 을마나 배고팠으면
꾀복쟁이 아들 콩서리하듯
늦가을 원 산 거시기 한다당가
성냥개비 긋듯
환쟁이 화판에다 붓끝 찍찍 그어
윗다 왼통
불붙여 놓았소잉
-시집 ‘마른하늘에서 치는 박수소리’ 중


오메! 징한 것. 지는 전라도로 시집와서 이 말이 제일 정감 있는 것 같아요. 이뻐 죽겠을 때도, 화들짝 놀라울 때도, 아니 힘들어 죽겠을 때건, 정다운 친구를 만날 때 건 아무렇지 않게 나올 수 있는 말 중에서 최고의 찬사 같아라. 콩깍지에서 콩이 튀어 나오디끼 여문 차조 이삭에서 툭 치면 와르르르 쏟아지드끼 통통한 가실을 닮은 말이구만요.
긍께로 시방이 가장 바쁠 때잉게 서울떽 오종종 거리며 월매나 뛰어 다녔겄어요. 기냥 그림으로 화악 떠오르제라. 그 와중에도 울집에서 거하게 삼겹살 파티를 했구만요. 순창 사이버 농업인 초청 팜파티라고 혀서 서울 아지메들 모셔다 강천산 귀경도 시키고 김장할 밭에 가서 각자 묵을 맹치 쑥갓, 상추, 배추도 몇 포기 뽑고 혀서 지하숫 물에다 씻어 놓고라. 쌍치 단비네 농장에서 가져온 복분자 원액 타서 뽀샤시허고 뽈그족족헌 구림 막걸리 준비허고라.  아침에 막 버무린 겉절이와 생채, 쑥갓 삶아 들지름에 팍팍 무치고 노오란 햇된장과 시뻘건 고추장, 마늘장아찌와 깻잎장아찌, 실가리 무침 등이 반찬으로 나왔는디 밥맛이 안 땡기겠어요. 한쪽 솥단지에선 맏사위나 오면 준다는 가을 아욱국이 보글보글 끓고요.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에 쌍치 풀빛 농장의 수제 소시지와 묵은지가 척척 구워지니 볼살이 터지도록 허벌나게 맛나게 드시더랑께요. 후식도 황홀혔지라. 적성 러브팜농원에서 가져온 딸기 아이스크림과 곳간애복 이명숙 대표가 체험상품으로 내온 떡메치기 체험은 서울 아지메들에게 환상적이었죠.
서울떽네 황홀농원에서 밤도 줍고 가실 닮은 홍시도 따먹고 고추밭에 가서 고추장아찌 담는다고 경쟁적으로 왼 밭을 돌며 고추도 따고 호박잎도 따보고 허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제요.
근디 지가 쌍문동에서 놀았다고 혀도 서울떽이라고 안 믿어 버링당께요. 지가 고로코롬 순창 사람 되버렸당께요. 워쨌든 순창의 다섯농가가 일 내버렸제요. 멋진 사람들이여라.

강천산이 워낙 단풍이 이삐다고 소문이 났는지 진짜 관광 해설이 많아 버리네요. 요새는 기차타고 순창으로 오시는 관광객들이 600명이 한꺼번에 올 때도 있지만 두세차는 기본잉게  거의 매일 해설이 있당께요. 힘들 때도 많은디 어제는 진짜 좋아부렀던 하루였어라.
어제 새북에 꿈을 꾸는디 오강에 노오랗게 큰 똥덩어리 세 개가 차고 넘쳐서 방안을 굴러다니는 꿈을 꿨당께요. 앗따! 오늘 고구마랑 밤이랑 주문이 많이 들어오려나 보다 허고 속으로만 신나했는데 느닷없이 문자가 들어오데요. “ 호숙아 순창 왔어. 강천산 갈거야. 보고 싶지만  그냥 가네. 일행이 있어 서리...”라고 중학교 동창인 친구한테서 문자가 온거예요. 하이고메! 용케도 지가 어제 강천산 관광 안내소 근무였걸랑요. 바로 통화 눌러서 “이 썩을 녀~ㄴ, 발효될 녀~ㄴ, 호랭이가 물어갈 녀~ㄴ ,나쁜 녀~ㄴ .”험서 지가 시방 퍼부을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했지라. 안보고 가면 넌 죽을 줄 알아 라는 경고였는데 다행히 주차장에 내릴 때 문자 한거여서 만났제요. 둘 다 무지 통통헌디도 폴짝폴짝 뛰고 껴안고 볼 부비고 손잡고 난리도 아니었당께요. 서울에 있는 삼총사 중 다른 친구 한 명에게 전화 걸어 약올려서 활활 활화산 터지게 만들고 킥킥거렸죠.
워메! 열다섯부터 마흔 아홉까진게 35년여 세월 함께혔네요. 깔끄막을 오르내리던 여고시절. 시험전날 이 친구네 집 가서 커피 진허게 한 사발 타서 들이키고 공부는 안 허고 잠만 실컷 자불어농게 친구 할머님께서 너네는 시집도 형, 아우한테 가서 동서하라고 했었거든요.
첫사랑의 이야그도 다~아 꿰뚫어 붕게 노래 가사 들으며 이불 뒤집어쓰고 함께 운 세월도 있구요.
흐흐 이 친구네 집이 잘살아서 제가 옷들도 많이 뺏어 입었는데 돈이 없는 것 같다 싶으면  미리 챙겨줄 줄 아는 어찌보면 저를 알아주고 격려해 주는 둘도 없는 친구였죠. 이런 친구랑 만났응게 징허게 이삔 강천산 천우 폭포까정 이야그허다가 감탄허다가 숲속 산책로 중간에서 맛난 간식도 먹음시롱 수다떠는디 오지게 황홀혔답니다. 아시제라! 그 기분.
함께 사진도 찍고 둘이 눈웃음 자글자글허게 셀카도 찍고 허면서 우리가 벌써 내년에 오십줄이구나. 참말로 아름답게 늙어가야 쓰겄는디 험서 서로의 얼굴 쳐다보는디 가을은 가을인가 보네요. 시방 서울떽은 선물 받은 하루하루를 잘 쓰고 있구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