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축제, 민간에 더 많이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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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축제, 민간에 더 많이 맡겨야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3.11.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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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축제가 막을 내렸다. 군 추산 19만명이 축제장을 찾았다고 한다. 강천산 아기 단풍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장류축제장을 붐비게 했다는 분석은 일리 있어 보인다. 축제 사흘과 나흘째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강천산을 찾는 차량과 인파가 넘쳐 강천산 가던 길을 포기하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교통체증이 심각했다.
시월은 축제의 계절이었다. 시월 마지막 날에 개막한 장류축제를 포함해 10월에 열린 도내 축제는 무려 20여개 이상이었다. 이렇게 많은 축제가 열리다보니 축제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가 크지 않다. 비슷한 축제들이 넘쳐나고 천편일률적인 행사 내용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연예인 초청 공연, 민속놀이, 비슷비슷한 체험 행사 등이 뒤섞인 ‘판박이축제’라는 부정적인 여론과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지방세 수입에 세외수입까지 더해도 군청 공무원의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군의 재정 상태에서 장류축제를 위해 10억원 가량의 예산이 쓰인다. 군은 축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더구나 명확하게 밝혀진 부정과 비리에 대한 군의 안이한 처리 내용을 지켜본 많은 군민들은 축제 준비와 집행 과정을 검증할 장치와 절차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13년도 군의 세입세출예산서를 보면 제8회 장류축제 개최 예산 8억4000여만원 중 ‘민간이전’ 예산이 무려 8억3000여만원이나 그 구체적 항목 없이 예산이 수립돼 심각한 행정 편의성을 발견할 수 있다. ‘민간이전’ 단체인 장류축제위원회가 구체적 내용을 수립 추진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동안 행태로 보아 신뢰하기 어렵다. 지난해 장류축제위원장의 “도장만 찍어줬다”는 소회는 확인된 사실이다.
지역축제가 자치단체의 홍보와는 달리 지역주민의 소득 창출 및 증대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지적과 불만의 소리가 높다. 지역축제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현장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상당수 지역 주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지역축제에 억지로 끌려 다니다 지쳤다며 전통고추장 고을의 명성에 어울리는 지역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주민화합을 내세우며 시작했던 대부분의 지역축제가 부실축제라는 비난에 부딪치자 소득을 앞세웠다. 그러나 지역특성이 내재되지 않은 지역축제로는 지역주민의 소득을 높일 수 없다는 분석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문화와 범람하는 축제 속에서 관광객들의 안목은 이미 수준 이상이다. 연예인들의 축하 공연, 비슷비슷한 체험 행사에서 벗어나 지역의 지형적 역사적 특성을 살린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장류축제는 그런 측면에서 매우 유리해 보인다.
규모만 키울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내용이 있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곳에 없는 독특한 문화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 ‘임금님 진상품’만 되뇌지 말고 ‘현대판 진상품’을 육성해야 한다. 최고의 장류, 고추장ㆍ된장ㆍ장아찌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최고의 발효식품을 우리 고장에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있는 전통 문화와 특성을 버리고 ‘양조’를 따르다 낭패를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은 지역성과 역사성이 남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 축제, 일본의 삿포로 눈 축제,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축제 등 사례가 많다. 우리 군이 전통고추장 시원지라는 자부심을 버려서는 안 된다. 전통 장인 한 분 없는 장류축제를 외지인은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역농산물로 만든 고추장, 된장, 장아찌를 찾는다. 전통고추장 담는 체험 부스 한 곳 없는 장류축제의 전도가 불안해 보인다. 모든 민속마을 전통고추장 업체에서 전통고추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고추장축제’가 보고 싶다.
군은 축제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축제위원회 구성에 장류 관련 인사와 눈치 보지 않고 바른 말을 하는 인사를 확충해야 한다. 주민 소득, 지역 이미지 제고 등 명분은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자치단체 구미에 맞는 인선, 선심성 집행 등 구태가 심각하다. 지역축제 성공의 관건은 지역주민 위치 설정에 있다. 군은 축제 예산도 군민의 것이고 축제의 주인도 군민이라는 사실을 각성해야 한다. 공무원이 모든 일을 간섭하고 주도하면 보이는 것은 정연하나 민간 역량 육성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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