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28)/ 순창자랑 대놓고 좀 해보고자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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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28)/ 순창자랑 대놓고 좀 해보고자픈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3.11.08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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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28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지음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이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란 시집에 실려 있는 박노해 시인의 시인디라. 워쪈가요. 겁대가리 없던 젊은 시절 지가 겁나게 좋아하던 노동자 시인이구만요.
혹여라도 텅 빈 가실 들판을 기냥 하염없이 쳐다본 적이 있었는게라. 초봄에도 요것과 비슷한 모습의 들판을 마주 대하는디도 느낌은 확 달라라. 비움과 채움, 소년과 중년, 일출과 일몰, 새색시와 아줌마. 요로코롬 비교하다 봉께 진짜 가을은 가을인갑소, 맴이 하 싱숭생숭헌걸 봉께요잉! 울 서방님이 새복에 건조기에 일하러 감시롱 “앗따, 원제나 내는 가을남자가 돼 보는겨”험서 툴툴거리더랑께요. 들깨들이 무성하던 밭이나, 고추들이 시퍼렇게 열려있던 널찍한 밭들이 트랙터가 지나가면 빈털터리 빈 땅의 모습으로 변하는 걸 볼 때면 허벌나게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개똥철학의 농사꾼이 되어불제라!
참! 장류축제에 가서 재미지게 노셨는가요. 친구 만나 쐬주나 막걸리 한잔 허는 기쁨은 맛보셨겄제라. 허천나게 맛깔나 보이던 11개 읍ㆍ면의 음식들은 맛보셨게라! 지는 볼 새가 없었어라. 아침마다 택배 보낼 물건들 서울로 경기로, 광주로 다 키워놓은 알밤도 보내고 고구마도 보내고 현미 쌀, 초록미들도 시집보내느라 눈 코 뜰 새 없었제라. 순창문학회에서 하는 시화전 준비허고 설치하랴 바쁜 총무였고, 하루 종일 기차타고 오시는 관광객들 맞이해서 해설하며 축제장 돌아다니고 강천산 등산하느라 바쁜 해설사였걸랑요. 1월달에 썼던 지 배암띠 독사 친구 생각나시제요? 칠보사, 점사, 능구렁이, 방울뱀, 꽃뱀들이 죽어라 소고기 팔려고 애쓰고 있은게 시간만 나면 가서 도와줬던 도우미였당게요. 친구 좋다는게 뭐 별거 있남유. 하하

10월 중순부터 지금까정 강천산과 민속마을로 오시는 관광객들 모시고 수 없이 해설하다보면 진짜로 산전수전 공중전 허게 될 때가 많당게요. 버스 안에서 신나게 순창 자랑허면 맞장구도 쳐줌시롱 유치원 아이들맹키로 지 말을 잘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는가 허면 어떤 분들은 ‘워메! 안내원은 고추장 장사치당가, 때려치우고 노래나 한자락 허소’하시며 막무가내로 분위기 흐리시는 분들도 많어라. 고럴 땐 ‘인디언 부족에서 제일 높은 사람을 추장인디요, 순창에서 제일 높은 것은 무엇일까요?(정답은 임금님표 초고추장)’ 하는 수수께끼도 내지요. 지난번에 경남 사천에서 오신 분들과 강천산 구장군 폭포까정 도란도란 해설하면서 갈 때 한 이야그들이 있는디 한번 들어 보실라요.
“요렇게 단풍이 이쁠 때 전라도 사투리로 허자면 겁나게 이삔거, 워메 징허게도 이뻐분거. 허벌나게 좋아부네. 하이구메! 쥑여주구마잉! 요로코롬 말하는디 경상도에선 뭐라고 허는지요.”
“한마디로 억수로 멋져부네, 애기 단풍들이 억수로 배시시허게 웃는 것 같아요. 근디 너무 멀어라. 함께 온게 글지 혼자 오라면 못 올 것 같여요”
“그럼 제가 수수께끼 한번 낼까요? 영국 방송국에서 외따로 떨어진 오지섬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오는 방법을 알아내는 사람에게 큰 상금을 걸었데요. 답이 뭘까요!”
“비행기, 초고속 잠수함, 전용 헬리콥터, 땅굴 파기 ,빛의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수로 육로 가능 자가용이요.”
“땡! 후후 큰 상금을 타간 사람이 써낸 쪽지에는 ‘마음에 맞는 친한 친구와 이야기하며 여행하기’였답니다. 어쩌요, 금방 순창까지 오겄지요”
깔깔깔 한바탕 웃고 사진 찍으며 행복해 하시다가도 저에게 투덜대시는 게 있답니다.
고추장의 고장이람서 왜 식당마다 고추장이 안 나오냐고요, 된장의 고장인데 된장국이 왜 경상도만도 못하게 나오냐고요. 전라도 허면 개미진 음식맛 아니냐고... 젊은 사람들은 왜 특산품 살만한 곳, 소소한 기념품 살 곳이 없다고 관광 안내소 와서 화내십니다. 제가 차안에서 ‘썩을 년’이라는 욕 대신 순창에선 ‘발효될 년’이라고 욕하셔야 된다고, 발효천국에선 그에 걸맞는 욕을 하시라면서 은근짜 자랑질을 허는디 무색해져불거든요.
순창에서 나는 제철 음식으로 맛깔나는 음식을 해주는 식당이 지천으로 있어 아무데나 들어가셔서 잡솨도 좋아라 하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하는게 관광 해설사인 지가 바라는 거구만요. 어디를 가더라도 아름다운 풍광과 인심과 먹거리가 어우러져 순창이 제일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던 전 서울대 최창조 교수님의 말에 모두 고개 끄덕일 수 있었음 하는 바람 간절해지네요.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시.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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