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색기/ 책에 쓰여 있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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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색기/ 책에 쓰여 있는 대로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11.14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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按 살필 안 圖 그림 도 索 찾을 색 驥 천리마 기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68

나이가 들수록 마누라의 잔소리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 듣기는 싫지만 심리학자들도 ‘늙으면 아내의 잔소리가 늘 수밖에 없으니 자장가로 들어라’라고 하였으니 체념하며 듣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하다. 또한 마이동풍 하였다고  잔소리할 것이니 들은 척은 해야 한다.
잔소리 중 제일 많이 듣는 것은 ‘필요 없는 약속을 만든다, 밤에 필(feel)을 받으면 술이나 차 한 잔 하며 밤새 얘기하고 싶은데 밤 열시가 되면 꼭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쉬는 날인데도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려고 한다, 식사 때 상대하고 보조를 못 맞추고 빨리만 먹는다, 술을 세 잔 이상 마시면 죽는 줄 안다, 돈을 주우면 꼭 주인을 찾아 주어야 잠을 잔다’ 등이다. 마누라는 나에게 마침내 ‘원칙주의자 ­ 융통성이 없는 병’ 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35년간 수없이 들어 온 잔소리이지만 나의 언행과 생활습관이 그녀의 의도대로 근본적으로 바꾸어지진 않은 것 같다. 아마도 나 스스로 ‘융통성 없고 우둔하여 안도색기(按圖索驥)한 사람’이 아니라고 굳게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도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병 의 근원’ 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힘이 빠진 가운데 반복학습효과(?)가 있었는지 나의 이 병의 일부가 치료가 되었거나 다소 완화되었다. 이에 그녀는 감격하면서 ‘거봐라’ 하고 또 다른 잔소리를 발굴하려 드니 대략 난감이다.         
선배들은 잔소리는 그래도 관심과 애정이 있어 그런 것이니 늘 긍정과 수용의 자세를 갖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씀들 하시지만 정말 싫을 때가 있는 것을 어찌 숨기겠는가! 꽥! 하고 나서 두 시간도 안 되어 후회하고 있다. 한심한 것인가?
백락(伯樂)은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사람으로 좋은 말(馬)을 잘 가려내는 사람이었다. ‘백락이 있은 후에 천리마가 있으며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건장하고 잘 달리는 천리마를 식별해내는 안목이 뛰어 났다. 노년에 말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정리하여 ‘상마경(相馬經)’이라는 책을 썼다.
그에게 좀 우둔한 아들이 있었는데 장차 부친처럼 말을 잘 보는 사람이 되겠다며 이 상마경을 줄줄 외우고 다녔다. 그리고 좋은 말을 찾으려면 반드시 책에 쓰여 있는 말의 그림과 설명을 직접 대조해야 한다고 I생각하였다. 책에 의하면, ‘천리마는 불쑥한 이마에 관자놀이가 높고 두툼하며 눈이 툭 튀어나오고 눈빛이 빛나고 발굽이 크며 단정해야 한다’ 고 되어 있었는데, 그의 아들이 이러한 특징에 따라 천리마를 찾으러 나갔다. 마침 길에서 커다란 두꺼비를 보고 매우 기뻐하며 돌아와 부친에게 말했다. “제가 드디어 천리마를 찾았습니다. 책에 쓰여 있는 것과 거의 같습니다. 다만 발굽이 단정하지 못한 것이 흠이긴 하지만….” 백락이 듣고 너무 어이없어 웃고 말했다. “네가 찾은 말은 잘 뛰기는 하겠으나 수레는 끌지 못하겠구나!”
그림에 따라 준마를 찾다. 백락의 아들이 좋은 말을 구별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이 책에 쓰여 있는 내용에만 의거하여 어처구니없게도 두꺼비를 좋은 말로 단정하는 우둔한 행동을 한 것이다. 안도색준(按圖索駿)이라고도 하는 이 성어는 원래 ‘자료 또는 단서에 의거하여 찾다’는 의미를 부여했으나, 훗날 원리원칙에 얽매여 융통성이 전혀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하였다. 지상담병(紙上談兵)과도 같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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