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묘조장/ 지나치게 서두르다간
상태바
알묘조장/ 지나치게 서두르다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11.29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揠 뽑을 알 苗 싹 묘 助 도울 조 長 긴 장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69

중국 장쑤(江蘇)성 한 농촌의 수박 밭에서 수박이 지뢰 터지듯 폭발하는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수박이 농구공 만하게 커진 상태에서 한 상인이 수박 속성제가 좋다고 하자 더 큰 욕심을 내 약을 뿌린 것이다. 이틀도 안 되어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서 수박들이 하나 둘 터져 버렸다. 전문가들은 수박이 야구공만 할 때 뿌렸어야 하는데 시기를 못맞춰 뿌려서 터져 버린 것이라며 농부를 나무랐다.
맹자ㆍ공손축전(孟子ㆍ公孫丑傳)에 나온다다. 송인유민기묘지불장, 이알묘지자(宋人有閔其苗之不長, 而揠苗之者), ‘송나라 농부가 묘가 잘 자라지 않는 것을 걱정하여 묘를 뽑아 올렸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송(宋)나라에 성격이 매우 급한 농부가 있었다. 이 농부는 워낙 부지런하여 일이 있건 없건 늘 자기 논과 밭에 나가 자기가 심은 농작물이 얼마나 자랐나 보곤 하였다. 그런데 매일 매일 밭에 나가 보았지만 밀 싹이 눈에 띠게 자라지 않으므로 어떻게 하면 빨리 자라게 할까 노심초사하였다. 농부가 여러 가지로 궁리하다가 드디어 한 가지 묘안을 떠올리고는 급히 옷을 걷어붙이고 밀밭으로 들어가 밀포기를 하나씩 붙잡고 싹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 나절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며 싹 올리는 일을 다 마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농부의 피곤해 하는 모습을 보고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농부는 허리를 두드리면서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며 대답하였다.
“아! 오늘 참 피곤했단다. 밭에서 온종일 밀 싹을 잡아 올렸지.” 가족들이 의아해 하므로 농부는 손짓 발짓을 하며 말하였다. “내가 보니까 말이야. 밀 싹이 너무 더디게 자라는 거야. 그래서 줄기 하나하나를 잡아 올려놔 이제는 다른 사람들 것 보다 많이 자라게 되었지.” 농부의 아들이 급히 밭으로 갔다. 밭에는 싹이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시들어가고 있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맹자(孟子)는 이와 같은 우화를 예를 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하나는 김도 매지 않고 아예 팽개치는 사람이요, 또 하나는 이 농부처럼 싹을 뽑아 올리는 사람이다. 다 백해무익할 뿐이다. 군주가 자신의 생각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간섭과 규제만으로 이끌어나가면 결국엔 백성들의 마음이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일에는 순리가 있으며 이를 거슬러 억지로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면 결국 모든 일을 망치게 될 것이며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은 포기하고 노력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빠른 속도가 미덕이 되는 시대이긴 하나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가정과 사회에서 맺은 수많은 관계에서 빨리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만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인내심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성어로 욕속부달(欲速不達)이 있다. 일을 너무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한 고을의 수장이 되어 부임할 때에 공자가 일러준 말이다. “정치를 할 때 공적을 올리려고 너무 급히 서두르지 마라. 일을 급히 서둘러 공적을 올리려고 하다가는 도리어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또한 조그마한 이득을 탐내지 마라. 조그마한 이득을 탐내다가는 온 세상에 도움이 될 큰일을 이루지 못하는 법이다.”
누가 들어야 하는 것인지 독자들은 다 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