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30)/ 시방까정 오지게 행복한 서울떽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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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30)/ 시방까정 오지게 행복한 서울떽이여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3.12.06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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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30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지음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그체라. 시방까정 지가 읽었던 책은 모다 징허게도 아름다웠구만요. 어째 지가 맨날 만나는 사람들도 모다 요로코롬 맴씨들이 착하고 아름다운지 모르겄어라. 거짓부렁 한나도 안보태고 지가 맨날 만나는 사람마다 “진짜 순창에 멋있는 여자들도 참 많아야. 아조 숨어 있다가 일년에 한 두명씩 나타나부러!” 했거든요. 멋진 남자들 이야그 했다가 울 서방님과 허구헌 날 싸움박질 해야 될랑가 몰라서 생략하는 지 맴 이해허시제라잉.
지난주와 이번 주 내내 시에 나오디끼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을 하고 있구만요. 진달래꽃 필 즈음부터 시작했던 ‘우리동네 문화 알아보기’ 수업이 끝났구만요. 순창문화원에서 따 온 사업인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금요일마다 만나서 가심을 콩닥콩닥 거림서 수업을 했거든요. 진달래꽃 따고 쑥도 뜯어서 화전도 만들고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 파마 허는 그림책 읽어주고 고대로 따라험서 낄낄거렸구요. 남계리 석장승도 만져보고 향교에도 가고 만일사 올라가는 길도 걸어보고 산림박물관 견학도 험서 순창 구석구석을 가볼라고 했지요. ‘오늘이 오늘이소서’라는 고려시대 축가도 배우고요. 워메! 아이들과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고추랑 토마토랑 심어서 따먹고 슬금슬금 밭도 매보고 그 고추 따서 된장 찍어 밥도 먹어보고 고추장 떡볶이도 만들었제라. 민속마을 가서 청국장 쿠키도 만들면서 밀가루도 서로 묻혀줌시롱 장난도 쳤네요. 구림 회문산 밑에 가서 고추장도 만들고 허벌나게 많은 일들이 있어부렀네라잉! 그런 아이들과 지난주 금요일 이별을 험서 “아그들아 낸중에 길거리에서 만나믄 선생님이 맛난 것 사줄게잉” 했구만요. 근데 8개월 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었네요. 기냥 마트에서 물건 사고 팔 때 잠깐씩 만났던 사람이었는데 알고 봉게 세상에나 유치원 선생님을 오래 하신 능력자더라구요.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허는 맴이 너무 이쁜데다가 손으로 하는 모든 것들을 다 잘해버려서 저의 존경심을 갖게 했는디 워메 그림책도 잘 읽어요. 지금도 학교 가서 매주 마다 아침 책을 읽어 준다

고 허는데 몰랐당께요.
그리고 스쳐 지나가거나 업무적으로만 만났을 땐 전혀 몰랐던 능력을 느끼게 해주신 문화원 간사님은 어휴 아이들한테 이쁘지, 착하지, 카리스마 있지 인기 짱이었는데 업무 능력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센터장님과 사모님, 글구 주강사님도 애쓰셨죠. 뭐니뭐니 혀도 지헌텐 처음엔 머뭇머뭇 쭈뼛쭈뼛 맴을 안주고 애터지게 하던 남자아이들과 애교쟁이 울 여자친구들, 글 쓰다 보니 다시 보고 잡네요.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순창 도서관에서도 해년마다 멋있는 여자들을 보는디라, 생각해보면 7~8년 전 도서관에서 문예창작반 같은 프로그램 현수막을 보고 만났던 사람들 중에 멋있는 여자들이 참말로 많았드랬어요. 항상 아름다운 자태와 만능 그림실력과 창작능력으로 대학원까지 다님서 꾸준히 자기를 위해 투자할 줄 알고 끓임 없이 변화하려는 양선생님과 내면의 갈등이나 힘든 삶은 몽땅 웃음 속에 묻어놓고 필요한 자격증들을 수도 없이 따서 사막에 버려둬도 살아남을 것 같은 여자가 있제라. 재치 있는 웃음과 말로 분위기를 띄울 줄 알아서 어느 상황에서든 자유자재로 해설을 하는 김선생님인디라, 꾸준히 만나며 연속되는 인연을 만들어가죠.
그림책 공부하면서 만난 순창 여자들을 보면 저러코롬 괜찮은 여자들이 다 어디 숨어있었다냐 싶걸랑요. 음메! 기죽어 불게 동화구연을 정말 잘해서 연극놀이를 할라치면 모든 사람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사람, 워디서 그런 강단이 있는지 꾸준히 그림책 동아리를 만들어 연구하고 발표하는 사람들, 한명 한명 열거하고 자픈디 지면이 부족하네요. 암튼 진짜로 괜찮은 여자들을 도서관에 모여 웃으며 공부할수 있게 해주는 울 도서관장님도 멋져부러요. 안쓰니만 못허네요. 괜찮은 여자들이 너무 많은디 난중에 쓸 기회를 좀 주시면 줄줄줄이구만요. 고래서 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 오지게 행복한 여자 서울떽인기라요. 부럽지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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