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83) ‘정성과 인내’는 사람이 뜻을 이루고 아름다워지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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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83) ‘정성과 인내’는 사람이 뜻을 이루고 아름다워지는 비결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3.12.0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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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박완서 외 40인 저.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지나치게 짜낸 화장품처럼 많이 내린 첫눈이 녹고 나니 산과 들은 평온한 겨울의 풍경을 되찾는다. 빈 들을 바라보는 쓸쓸함을 느낄 여유도 없이 쟁기질해놓은 논이며, 살아 온대로 흔들리며 두런거리는 색 바랜 갈대밭, 산의 경계를 벗어나며 날개 치는 겨울새, 김장을 하는지 수직으로 피어오르는 마을의 연기와 사람들의 느린 걸음, 겨울은 곳간을 채워서 가득하지 않아도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그런 계절이기에 충분하다.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는 정현종 시인의 시 구절에서 제목을 딴 이 책은 박완서, 이해인, 정현종 등 우리시대의 대표문인 15인과 홍명보, 박세리 등 각계의 사회인사 25인의 마음을 담은 삶의 이야기들이다. 장을 맛나게 담그는 비결은 ‘정성’과 ‘인내’라는 종갓집 며느리의 인생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내 마음 위에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글이어서 주제는 달라도 내용마다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힘이 느껴진다.
늘 인생은 분주히 사는 것인 줄 알았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준 라오스체험, 결혼의 아름다운 본질을 흐리는 부조금 봉투 이야기, 여름바다가 자유와 화해와 화엄을 가르쳐 줌을, 니체의 말을 인용하여 “아름답게 있는 것보다 거대하게 있는 것은 더 쉬운 법” 임을, 기본에 충실함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평소에 흘린 땀의 양과 한 방울도 다르지 않게 결과가 나옴에 대해서, 내면이 아름답지 않으면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없음을, 돕는 어시스트 인생도 값짐을, 나이가 들었다고 고요하게 흘러가는 모습이 아니라 더욱 거센 파도로 살아야겠다는 김성근 야구감독의 도전정신, 산과 강도 한 30년을 바라보아야 산이고 강이라는 김용택 시인의 자연 속에 일치된 삶을, 그 밖에 사랑과 배려가 담긴 가족과 이웃의 희망 이야기들로 이 책은 꾸며져 있다.
인생의 고난을 돌파해온 고수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스스로에게 ‘자신의 삶의 경지는 얼마나 이루었느냐?’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경지라고까지 말할 것은 어림없지만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가, 큰 과오나 흔들림은 없는가, 판단은 흐리지 않고 안목은 성숙되어 가는가, 쉬지 않고 배움으로 그릇을 채워 가고 있는가, 잘 하는 것은 얼마나 깊이 있게 해 낼 수 있는가….
곡식의 결실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도 세월을 거치며 성숙하게 된다. 올바른 방향과 목표가 먼저서야 하지만 곡식과 달리 사람의 성숙은 더구나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삶의 경지는 얼마나 절실하게 다가가고 ‘정성’과 ‘인내’를 끊임없이 다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 하고 있는 듯하다.
책 제목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 시킨다. 그러고 보면 요즘의 불법선거의 문제에서 비롯한 그릇된 우리사회의 모습들은 아름다운 풍경들이 아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는 천양희 시인의 시구에서 우리는 사소한 무엇을 할 것인지, “내 인생의 가을에 나는 해우소 바닥에 던지는 낙엽이 될 수 있는가”라는 정호승 시인의 말에는 어떻게 답변 할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절실하게 다가가서  힘을 모아 아름다운 사람들의 풍경을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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