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이도령/ 남을 속이지는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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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이도령/ 남을 속이지는 못하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12.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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掩 가릴 엄 耳 귀 이 盜 훔칠 도 鈴 방울 령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70

“우체국입니다. 수취인 부재로 우편물이 반송 예정입니다. 확인하시려면 00번을 눌러주세요.” ‘뭐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한번 눌러 보지.’ “네 00우체국 000인데요. 선생님의 주소와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신용카드번호를 불러 주시면 바로 물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뭔가 좀 이상해. 말투가 낯익네.’ “어이 자네 연변 친구지? 좀 양심껏 살아라. 자네 같은 자들 때문에 조선족 동포들이 다 사기꾼으로 몰리잖아! 어떤 자가 시킨 거냐?”   “저 조선족 절대 아닙네다. 인차 하신 말씀 취소하세요!” “인차? 너 말 한번 잘했다. 그거 연변 말인 것 내 다 안다. 중국생활 내 십 수 년인데 그걸 모르겠어? 제발 엄이도령(掩耳盜鈴)하지 말고 살게.”  뚜뚜뚜….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온다. 종황연유음, 공인문지이탈기야, 거엄기이(鐘況然有音, 恐人聞之而奪己也,遽掩其耳) 종소리가 나므로 사람들이 듣고 빼앗아 갈까 봐 귀를 막았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말, 진(晉)나라에서 고관을 지낸 범(范)씨 가족이 다른 고관인 지백(智伯)에게 몰살당한 이후, 어떤 사람이 이미 폐허가 된 범씨 집에 몰래 들어가 뭐 귀중한 물건이 있으면 훔쳐 갖고 나오려고 하였다. 옷장이며 궤짝 등을 모두 뒤졌지만 가치가 있어 보이는 물건을 찾지 못하고 다만 큰 종 하나가 눈에 띨 뿐이었다. 그 종을 가져가려고 들어 보니 너무 무거워 자기 한 사람으로는 도저히 들고 나갈 수 없어 어찌해야 할지 고민을 하였다.
그는 이리 저리 궁리하다가 그 종을 몇 개로 쪼개어 갖고 나가면 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종을 깨려고 방망이를 가져와 있는 힘을 다하여 종을 쳤다. 꽝, 꽝, 하고 종소리가 크게 났다. 다시 치자 또 커다란 종소리가 울리는 것이었다. 그 도둑은 깜짝 놀라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이고 이걸 어쩌지? 이렇게 종소리가 크게 나면 다른 사람이 듣고 틀림없이 쫓아 와 이 종을 빼앗아 갈 거야.’ 급히 자기의 귀를 막았다. 이리하면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게 되어 종을 빼앗으러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원래 엄이도종(掩耳盜鐘)이었는데 후세에 ‘쇠 종(鐘)’ 대신 ‘방울 령(鈴)’을 써 사용하게 되었다. 나쁜 짓을 하면서 그것을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로, 어리석은 자가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훗날 사람들은 어떤 나쁜 일을 하여 증거가 명백한데도 이를 부인하는 경우나 눈 가리고 아웅 하여 남을 속이지는 못하고 자신만을 속이는 경우에 이를 비유하여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자기를 기만하여 남을 기만하고 사기를 치다’는 뜻인 자기기인(自欺欺人)이 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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