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와 잉여 그리고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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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와 잉여 그리고 기부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3.12.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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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감행(?)한 송년음악회를 마쳤다.
터질 듯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았지만 한분한분 소중한 분들이 격려해주셨다. 문득 <열린순창>을 격려하고 후원해주는 분들을 떠올렸다. 시간이 남고 여유가 있어서 후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더욱 고마웠다. 흔한 말로 “남아서 주는 것이 아니다”는 깨달음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요즘 유행하는 ‘잉여’와 ‘기부’에 대한 새로운 정립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각성을 했다.
사전적 의미의 잉여(剩餘)는 쓰고 난 후 남은 것, 나머지란 뜻이다. 수학적으로는 어떤 수를 다른 수로 나누고 남은 것이다. 경제적 잉여는 지불할 돈보다 많은 돈을 벌거나 적게 지불하여 남는 돈이다. 요즘 우리에게는 뒤편의 경제적 잉여는 있지만 많아서 남는 풍족한 잉여는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우리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취업난, 고물가, 불균형 등 정치사회적 현상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잉여’라는 말이 “어딘가에 쓰여야 하는데 쓸 때가 없어 남아도는 것” 더 직설적으로는 “할 일 없다. 쓸 일 없다. 쓸모없다. 필요 없다. 도움이 안 된다. 기생한다” 등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88만원 세대’를 거쳐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에 취업난까지 덧붙인 ‘4포 세대’라고 자조하는 그들은 스스로를 ‘잉여’라고 말한다. 자신을 남아도는 인간으로 비꼬는 표현이니 듣는 이도 개운치 않다.
하지만 ‘젊고 쓸모없는 백수’만 잉여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완벽하게 처리될 수도 없는 게 잉여다. 이 사회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누구나가 잉여인간으로 내몰릴 수 있다. 따라서 잉여가 모든 면에서 무기력하고 무능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들의 에너지를 우리 사회의 가능성으로 옮기는 일, 그들을 어루만져 주고, 그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나아가게 구실을 주는 일이 필요하고 중요해 보인다.
끝 모르고 치닫는 양극화는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고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나 사회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훨씬 넘겨 국가 전체적으로는 부유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많은 젊은이들과 일자리를 잃어버린 늙은이들이 스스로를 ‘잉여인간’으로 치부하는 불행은 양극화가 가져온 소산이다.
‘잉여’라는 개념은 최태섭의 ‘잉여사회’ 출간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과거의 ‘백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잉여’라는 사회 밑바닥 층이 중심 쟁점으로 등장하면서 세간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됐다. ‘잉여’를 불러온 양극화는 계급별로 나뉜 열차의 운명을 그린 ‘설국열차’나 주택에 대한 빈부격차를 다룬 ‘숨바꼭질’ 등에서 적나라하게 표현됐고 많은 이들은 공감했다. ‘생각은 많은데 행동하지 않는 존재’라고 규정된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들 이야기라는 공감대다.
어쩌면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겠다는 <열린순창>의 욕심도 균형을 잃은 지역사회의 양극화를 개선해 보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요즘 사회의 양극화가 가져온 잉여가 아닌 혁신을 위한 의도된 ‘잉여’를 모아 큰 물줄기를 만들고 그 모아진 힘으로 지역사회와 기득세력에게 빼앗긴 균형과 형평을 꽃피우겠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여기에 힘을 보태주는 많은 소중한 믿음과 성원에 힘입어 한 주간도 쉬지 않고 신문을 만든다. 오늘도 쌀쌀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땀 흘리며 일부러 남긴 ‘잉여’를 <열린순창>에 기부하는 주주, 독자, 이름 밝히는 것을 애써 숨기는 후원자들을 떠올리며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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