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31)/ 하! 수상한 시절 모다들 안녕허신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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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31)/ 하! 수상한 시절 모다들 안녕허신게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3.12.20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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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31
시골 농사꾼 서울떽은 안녕하지 못하구만요!

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지음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중략)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중략)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하! 수상한 시절 모다들 안녕들 허신게라? 시방 이 말들이 인터넷을 후려치고 있는디 아시제라. 고려대 한 학생이 요런 질문을 하며 대자보를 붙였는디 세상에나! 거그에 호응해서 안녕 못하다는 고등학생, 대학생, 아줌마, 아저씨들의 하소연이 질고도 질~게 줄을 서 부렀구만요. 한 고등학생 말인디 들어보씨요. 잉.
‘철도도 모자라 비행기도 너무 비싸 못탈 것 같아’ ‘당장 편찮으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돈 걱정 없이 병원 못 가실까봐’ ‘중학생인 사촌동생이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위안부로 일본 군인들을 쫓아다녔다고 배울까봐’ ‘매주 몇 만 명이 시민이 촛불을 드는데 정작 TV에선 촛자도 볼 수 없어’, 못써서 그렇제 많아도 아조 많해라.
애가심 터지는 일들이 하도 아무렇지도 않게 팡팡 터지는 시국이다 봉께 뜬금없이 녹두장군이 보고자파 지네요. 기중에서도 항시 울컥하게 만드는 사진이 녹두장군 호송당하는 와중에서도 쏘아내던 혁혁한 눈빛이구만요. 참말로 솔찬히 아고똥한 전라도 땅에 시집와서 알아버린 맛 중에 하나가 전라도 기질이구만요. 맛과 멋을 솔찬히 즐길 줄 암시렁도 일단 어떤 문제가 생기고 나면 짯짯이 따져서 워쨔든지 문제를 지대로 풀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고 아고똥헌 성향이 전라도 땅 자부심 아니당가요.  
지가 2주전에 지가 다니던 학교 민주 동문회가 열려서 고구마도 팔고 알밤도 팔겸 서울 상경을 했었더랬걸랑요. 맨 꼬래비 학번이 올 입학생이라 2013학번이니께 지랑 29년차나 되더라구요. 참말로 세월이 흐르긴 흘렀는디 20대 그 시절 느꼈던 울분과 열정이 되살아나더랑께요. 광주 민중항쟁에서 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울었던 그 느낌, 1987년 6월 연세대학교 새벽녘, 최루탄에 맞아 죽고 분신하며 죽어간 사람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던 고 문익환 목사님의 절규의 소리들이 다 되살아 나더랑게요. 우리 둘째 딸이 “엄마, 여기 온 사람들은 다 시위했던 사람들이야” 라는 물음처럼 젊음을 다 바쳐 최루탄 맞아가며 싸우고 감옥에 가며 고생하며 어떻게 지켜 낸 민주주읜데 라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지는 듯 해부러요. 선배 후배들 앞에서 농민가를 홀로 불러 제끼면서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싶었어요. 어느 대학교에 붙었다는 엄마의 이야기. “너희들에게만은 인간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는데…. 너를 키우면서 부끄럽게도 성적과 돈에 굴종하는 법을 가르쳤구나. 미안하다. 이제 너의 목소리에 박수를 보낸다.”
그려서 지도 대자보 한번 써 볼라구요. 쬐까 무거워져도 봐주씨요 잉.
시방 농사꾼인 지는 안녕하지 못하구만요. “농민값인 쌀값 흥정하지 마라”며 ‘개사료 값보다 못한 쌀값’에 분노해 온 농민들이 국회 의사당 앞 제대로 된 천막 하나 세우지 못하고 현수막과 비닐로 만든 농성장에서 농성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도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못본디끼 했어라. 고구마 한 상자, 김치 한통도 보내주지 않고 지는 망년회다, 송년회다 헐짓 다 허고 먹을 것 다 먹고 다닝게 거시기하구만요.
농업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헛된 약속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8년간 동결된 쌀 목표가격을 겨우 4000원 인상하겠다는 정부의 뻔뻔함에 맞서 한마디도 안하고 있는 지 입마저 겁나게 거시기허네요.
딸딸딸딸 넷을 낳아 키우는 엄마로도 안녕하지 못하구만요. 독일에서는 모든 주에서 등록금이 면제라는디 우리나라는 학생이 되면서 빚쟁이가 되어 버링게 대학교 보내기 무섭구만요. 박사학위 딴 사람들도 맨날 백수라는디, 비정규직만 만드는 이 나라 꼬라지를 워찐데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요로코롬 말씀 하셧제라. ‘지극히 천해서 억울해도 억울하다고 말도 못하는 사람들은 연약하고 힘없는 백성이다. 높고 무겁기가 산 같은 사람들도 또한 연약하고 힘없는 백성이다. 상사들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백성을 등에 업고 투쟁을 하면 굽히지 않을 사람이 없다.’
서울떽이 시방 겁나게 문자 써부렀네요 잉. 한번만 봐주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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