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6) 난장과 파격의 미학을 찾아서
상태바
내책(6) 난장과 파격의 미학을 찾아서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0.11.02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최준식 저 「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

 

 

가을은 축제와 문화의 홍수 계절이다. 아마추어를 벗어나지 못한 실력이 큰 이유겠지만 원정 사물놀이 공연 중 무표정하고 반응 없는 관객을 보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가 누구인가? 좁은 통로를 왔다 갔다 하며 외국인이 보고는 무형문화재감이라 감탄(?)하는 관광버스 춤의 대가이고, 전화로도 노래를 부르는 흥의 민족이 아닌가. 문화란 그것의 의미를 알고 제대로 향유하는 자의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화여자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최 준 식 교수는 <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라는 책에서 우리의 음악, 춤, 미술, 공예, 건축 등에 숨어있는 한국적인 미의 원류가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오늘날 형성된 한국문화와 예술의 미는 조선후기 상층양반들의 ‘정제세련미’와 기층평민들의 ‘소박미’가 섞여 이룬 ‘조화된 간결미’이고, 그들의 특징은 자유 분방성, 소박성, 비 균제성, 파격성, 즉흥성, 역동성, 흥, 멋 등 이며 이것의 기저에는 기층부의 대표적 종교이고 우리가 ‘미신’이라고 말하는 일종의 민간신앙이었던 ‘무교’가 있다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 굿을 ’미신‘이라며 공격하고 억압했던 일제는 전국에 만 여개의 신사를 두고 국민을 단합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일본천황에게 ’진충보국(盡忠保國) 멸사봉공(滅私奉公)‘이라는 혈서를 쓰고, 미신타파라는 명목으로 우리 것을 부수고, 조국의 기층문화를 멸시한 ’박정희‘를 저자는 ’독단적 지도력‘을 행사한 인물이라고 지적한다.

시나위음악은 남도지방의 ‘무당굿’ 이다. 죽은 영혼을 저승에 보낼 때 하는 ‘씻김굿’에 사용하던 음악인데, 판소리는 시나위 판에서 연주하던 악사들이 소리를 하던 것이 발전한 것으로 추정되고, 산조음악은 시나위를 구성하는 악기들이 독주곡형태로 발전한 것이며, 살풀이춤은 시나위음악에 맞추어 추던 춤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판소리, 산조음악, 살풀이춤이 모두 무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판소리는 어떤가? “여섯 시간 이상을 거칠고도 온 몸을 쥐어짜는 소리로 내던지는 과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망아경속으로 들어간다. 신 내림을 받는 무당과도 같다. 그 난장의 시공 속엔 질서에 대한 강박이나 얽매임이 없고, 흥은 자유롭게 넘친다.” 파격과 일탈의 미학이 우리의 예술이고 그 정신적인 밑거름은 무교라 한다. 

혹세무민하고 재부를 축적하기에 바쁜 ‘미신적인 것’, 기복신앙으로만 귀착되는 무교의 좋지 않는 모습 등 부정적인 모습까지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 것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무표정 무반응으로 객석에 앉아 공연자를 당황케하는 관객의 예의(?)에서도 벗어 날 수 있다. 얼씨구~! 잘헌다~! 우리 순창에도 고함지르며 신명을 함께 나눌 야외공연장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