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모피/ 성공할 가능성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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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모피/ 성공할 가능성도 없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3.12.2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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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더불 여 狐 여우 호 謨 꾀할 모 皮 가죽 피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71

‘태평어람(太平御覽)’에 나오는 우화이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노(魯)나라 정공(定公)이 공자(孔子)를 사도(司徒)벼슬에 앉히려고 하였다. 정공은 그 전에 좌구명(左丘明)을 불러, 삼환(三桓)과 그 일에 대하여 의논하려고 하는데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삼환은 당시 실권을 갖고 있는 환공의 세(世) 손자로서 공자와는 정치적으로 맞지 않는 사이였다. “삼환은 공자와 정치적 이해가 맞지 않아 반대할 것입니다. 옛 우화를 들어 설명 드리겠으니 한 번 들어 보십시오.” 
옛날 머리가 우직하여 늘 멍청이 같은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었다. 한번은 푸짐한 연회를 준비하면서 양고기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먼저 양떼에게 달려가 말했다.
“연회에 쓸 양고기를 좀 필요한데, 좀 주실 수 있겠나?” 양들이 듣고 놀라 사방으로 도망쳐버렸다. 당연히 양고기 한 쪼가리도 못 가져왔다. 또 어느 날 꽤 비싼 여우 가죽옷이 필요하였으나 살 돈이 없어 어찌할까 궁리하다가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을 내었다. “여우들에게 이 문제를 상의하면 좋은 의견을 주겠지.” 그래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어렵사리 여우 한 마리를 만났다.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만면에 웃음을 짓고 다가가 말했다. “어이, 여우 친구! 네 몸의 가죽털이 참 좋군. 가죽털옷을 만들어 입으면 멋도 나고 따뜻하겠는걸. 자네의 그 가죽을 빌려 주시게.” 여우가 듣고 마음속으로 어이가 없어 유유히 사라졌다. “내 가죽을 벗기면 내가 죽고 마는데….”
그 바보는 결국 고생만 하였지 어디에서도 여우 가죽을 구하지 못하였다.
“대왕, 왜 그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나도 얻지 못했을까요? 그가 의논할 대상을 잘못 찾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군주께서 공자의 일을 삼환을 불러 그 일에 대하여 의논하는 것은 여우에게 그 가죽을 얻을 일을 의논하고 양에게 그 고기를 얻을 일을 의논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정공이 좌구명의 말을 듣고 결국 삼환을 부르지 않고 공자를 사도로 임명하였다.
여기서 유래하여 이 성어는 상대방의 이해와 상충하며 이루어질 수 없거나 이해가 상충하는 상대방이 도와줄 리가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악인에게 은덕을 구하거나, 악인의 몸으로부터 좋은 것을 얻으려는 무모한 짓을 비유하여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도로무익(徒勞無益)이 있다. ‘헛되이 수고만 하고 이익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로아미타불은 ‘애쓴 효과가 없이 처음과 같다’는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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