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년의 날을 맞이하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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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년의 날을 맞이하는 아들에게
  • 조현숙 편집위원
  • 승인 2010.07.20 2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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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성년이 된 걸 축하한다.

네가 여기 이 자리에있기까지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뿌듯한 이 마음을 어찌 표현하면 좋을지. 여섯 살에 교통사고로 왼쪽 얼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겨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았는데, 아홉 살 설날에 또 한 번의 교통사고로 너를 잃을 뻔한 순간은 두고두고 아찔하다.

목숨은 건졌지만 오른쪽 머리가 깨지면서 뇌신경이 끊어져 네게 돌아 온 후유증은 안면신경마비, 왼쪽 귀는 삼출성 중이염, 오른쪽 귀는 들리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네가 함께 한다는 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함으로 다가왔고 감사함을 잃지 않았다.

개구쟁이, 고집쟁이 아이에서 고개 숙인 아이로 변해가는 듯한 모습에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했는지, 사람들을 만나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을 피해버리는 너의 모습들이 정말 가슴 아팠고, 아면신경마비로 얼굴이 삐뚤어져서 우리끼리 삐뚤이라 별명을 부르며 너의 그런 모슴을 극복해 나가길 기도했단다.

왼쪽 얼굴의 상처는 별거 아닌 게 되어가고 왼쪽 귀에 물이 차면 소리를 듣지 못해서 이비인후과를 두 서너달 간격으로 드나들었고, 오른쪽 마비사시 수술을 다섯 번 하면서도 아프다고 한 번 안한 독한 녀석 이였다.

그리고 중학교 떄 시작한 문인화의 길은 아직 진행 중.

고등학교를 대안학교로 보냈지만 여러가지 이유가 아닌 그냥 그림공부에 집중하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했을 때, 너를 믿고 네 뜻대로 따라 주었지만 내심 불안함은 있었다는 게 진실이란다. 검정고시 학원도 마다하고 그냥 가지고 있는 실력으로 졸업도 하고 대학을 고민하다 유학의 길을 찾아보려고 여행을 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접해보았지만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돌아온 네가 자랑스럽고 대견했단다.

너의 선택대로 대학생활에 접어 든 지금. 

어쩌면 실망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배우는 것도 많으리라 믿는다. 

이제 네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멋진 모습 보여주렴.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 삶이 꿈틀거리는 지금 이 순간들. 

그리고 스무 살! 여기까지 함꼐 달려와 준 아들에게 감사한다. 

네가 함께여서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하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네 일을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함께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강을 거슬러 돌아오는 연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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