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땍(32)/ 황홀한 회문산 일출을 보고 왔당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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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땍(32)/ 황홀한 회문산 일출을 보고 왔당께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1.03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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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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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 노래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 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서울떽이 2014년 1월 1일 시상에나 만상에나 황홀한 회문산 일출을 보고 왔당께요. 당최 시간 쪼개기가 쉽들 안헌디다가 항상 요맘때쯤이면 서울 가서 있어붕게 고럴 새가 없었는디라.
50살이 되는 첫날 해님 뜨는 것 보러 새복같이 일어나서 덜덜덜 떨리는 설레임 안고 출발. 친허게 지내는 부부들과 아이들까정 한 20여명과 항꾸네 눈 쌓인 회문산을 길게 줄지어서서 올라가는디 겁나게 힘들더라구요. 이삔 아이들과 서로 밀어주고 땡겨주고 격려도 험시롱  깔끄막을 오르는디 참말로 새복을 내가

여는 듯한 느낌땜시 오지더랑께요. 산토깽이랑 입맞추는 데라 그렁가 눈위에 산짐승들 발자국들이 나 있고 자그마한 열매들이 바람결에 눈위로 쏟아져 있는디 황홀했어라.
아이구메!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라는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든디 후후! 너무 호들갑이제라. 시방 일출보고 온게 처음이라 그런갑다! 참말로 별게 다 촌스런 여자구만! 허고 봐주씨요잉!
구름 한 점 없이 회문산 하늘은 맑아 분디 슬며시 광채가 보일락 말락 험시롱 삘건 해가 두둥실 솟아 오르는디, 하이고메 어른들이 더 신나서 소리 질르고 아이들은 뛰어 다니고 오지고 오진꼴 봤당께요잉!
산신제를 지냄서 먹은 알싸한 막걸리 한 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조차 해가 환호하는 것 같더랑께요. 뽀똣헌 시간  쪼개서 올라오길 허벌나게 잘해부렀단 생각이 듬시롱 우리 네 딸들도 데꼬 다녀야지 했어라. 뭐시기 특별난 게 있을랍뎌만 소원도 빌었어라.
서울떽은 2014년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것이 아조 많아라. 일단 거짓뿌렁 한나도 안보태고  앳가심 태우는 사람들이 한탱이도 없었으면 좋겄어라. 든든한 큰 딸, 비싼 둘째딸, 이쁜이 셋째딸, 귀염둥이 넷째딸들이 무탈허고 당당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자파라. 대학교 졸업허는 큰딸이 지 허고 자픈 직장 들어가서 활짝 웃는 것 보구 싶구라, 항상 웃는 얼굴인 울 둘째딸이 공무원 시험에 턱 허니 붙어서 애가심 안태우길 바라고 빨랑 돈벌어서 엄마헌테 해준다는 통 유리벽 서재도 갖고 싶어요.
이쁜이 셋째딸과 울 막둥이는 고등학교 시절을 당당허게 지 꿈을 찾아나가고 실현시켜 내길 바람시롱 활기차게 보냈으면 하지요.
시방은 돈이 안 되는 농사 허느라 서럽고 경조사로 하도 나가는 돈이 많아 애럽고 참다가 참다가 부딪치는 맴들땜시 울컥허고 고러다가 밤새 아프다고 허면 또 한없이 짠허디 짠헌 울 냄편과 찌릿찌릿허고 황홀하게 웃어불 수 있는 날들을 만들고 싶구만요.
워떠케 허면 그럴 수 있을지 좋은 의견 있으면 꼭 좀 이야기해주씨요잉! 경험담은 더욱 좋구라, 흐흐.
시방 또 원허는게 있다믄 새해에는 열심히 농사짓는 농사꾼들이 항꾸네 파안대소를 지을 수 있었으면 참말로 좋겄어라. 아니 우덜 모든 국민들이 덩실덩실 춤추게 날라리가 났으면 좋겠어라.
지발 존일 한다고 시답잖은 정치꾼들이 판치는 세상 말구라잉! 뜬금없이 엄마 모시고 결혼식 참석하러 갔다가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봤는디요. 전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그려서 600만을 돌파하며 사람들 눈물 콧물 뽑아내는 고 영화를 친정엄마와 서울떽, 글구 20살 우리딸과 3대가 항꾸네 봤지라.
지가 울딸만할 때 데모허는 대학생이서 그 느낌 아니까! 울 친정엄마 눈물반, 콧물반으로 와서 뜯어 맹기느라 앳가심 허천나게 태워선지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는 말을 알제라. 봄시롱 울 엄마 반응이 꽤 궁금해서 힐끗힐끗 봤는디 “내가 봐도 알아듣게 참 재미있게 만들었다 야”하시더랑께요.
“세상이 데모 몇 번으로 변할 것 같은 녹녹한 세상인 줄 아느냐? 부모님이 대 준 등록금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데모를 하면 천벌을 받아.”
국밥집 아들 진우는 요로코롬 받아치더랑께요.
“데모한 사람들이 천벌을 받는다면 데모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람들은 어떤 벌을 받는데요? 그리고 바위는 강해도 죽은 거고, 달걀은 약해도 살아 있는 거라예.”
명언들과 함께 가슴 먹먹해지게 하는 영화 보고 나옴시롱 20살 울 딸은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1987년 6월 항쟁때 엄마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를 궁금해 하더라구요.
“그때 그 마음이 변하지 않고 이어지게 하려고 열심히 살았단다, 딸들아! 너희들 키우면서 농사를 지으면서, 젊은 열정과 지혜와 용기가 새어나가지 않고 내 마음속에 흐르길 원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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