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1) 바닥을 기어서 천리를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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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1) 바닥을 기어서 천리를 가라!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0.07.2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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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좁쌀 한알, 장일순" - 저자 최성현

모가지를 세우지 마라!

한 사람이 술 힘을 빌려 장일순에게 "선생님, 남들보고 기어라 기어라 하면서 선생님은 기는 법이 없지 않습니까?" 장일순은 잠시의 짬도 두지 않고 바로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려 절을 했다.

시인 김지하의 스승이고, '녹색평론'의 발행인인 김종철이 단 한번에 홀딱 반했던 사람, 소설가 김성동과 '아침이슬' 김민기가 아버지로 여기고, 판화가 이철수가 진정한 뜻에서 이 시대의 단 한 분의 선생님이라 꼽는 사람. 그의 장례식에는 무려 3천명이나 모였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성공과 출세를 위해 경제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사람이다.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편을 가르고 울타리를 칙, 비행기는 한 쪽 날개로도 날 수 있다고 믿는다. 지위와 계급장, 가진자와 덜 가진자가 다르며 어찌되었든 우선은 이기는 게 제일이라고 믿는 세상이다.

이러한 우리의 삶과 다르게 살다간 사람이 장일순이다. 20대 중반에는 공동으로원주에 재성중,고등학교를 세우고, 30대에 나라를 세우자며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이후에 '중립화 평화통일론'의 빌미로 3년 옥살이를, 어릴적 붓글씨와 재회,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돕는 신용협동조합 설립과 정착, 지학순 주교와 손잡고 사회를 일깨우고, 천지만물이 한 생명이라는 생명의 세계관을 이 땅에 태동시켰다. 특히 해월 최시형을 우리겨레와 전 세계의 스승으로 발굴해 소개한 장일순선생의 일화와 글씨를 보면서 위와 앞만 보며 달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도는 속이 비어있으면서도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와 같고, 늘 낮은데로 향하며 유약하지만 어떤 강한것도 이것을 이길 수 없는 물같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모든 걸 껴안아 포용해주는 어머니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 노자의 설명이 샌각난다. 그러고 보니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세상을 바로 보았고, 장일순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요즘 본격적인 선거철이다.

자신을 드러내며 알리는 것이 다를뿐 자신을 위하여가 아니라 남을 위하여, 우리를 위하여 살겠다고 한다.

"우쭐대지 말고 기란 말이야, 겸손한 마음으로, 지도자인 척 하지 말란 말이야!" 라는 장일순 선생의 말씀을 간직할 일이다. 어디 그 선량들 뿐이겠는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부끄러워 책과 눈 맞춤 하지 못하고, 벌건 눈으로 아침 햇살과 만나며 두어주먹 가슴에 쓸어 담는 평범한 나도,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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