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33)/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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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33)/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4.01.16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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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33
더 좋은 사람 이라는 소리를 꼭 꼭 듣고 자프요잉!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용혜원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느낌, 해맑은 웃음
한마디, 한마디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있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둥지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함께
맞추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입니다.


워쩐지 올 한해도 요로코롬 좋은 사람을 만날 것만 같아서 설레구만요. 겁나게 돈도 못 벌어 불고 심이 팽기는 일만 뒤지게 일어난다 혀도 기냥 거시기헝게 거시기헐 것 같은 요상한 예감 같은 것 말여요. 지는 징말로 울 조상님들이 뒤를 팍팍 봐줘서 그렁가 몰라두 어렵게 어렵게 무엇인가를 배워 놓거나 준비해놓으면 꼭 때 맞춰서 기회를 주시더랑께요. 2003년도엔가 요맘때쯤 우리 마을에 인터넷이 깔리자마자 기회만 되믄 공부하고 잡다고 서방님께  이야기 해 둔 터라 바로 원서를 넣어서 방송통신대학교 3학년으로 편입을 했지라. 근디요 하필 썩을 놈의 시험 날짜가 허구헌날 모심을 때라등가 나락 베어 나를 때, 고것도 아님 알밤 주워 나를 때이니 공부를 할 수 있겠어요. 40살 다 되어가는 농사꾼 아지메 머리가 월매나 핑핑 돌아가서 벼락치기라도 허겄냐구요! 하이고메 미쳐불겄드라구요. 그려도 밤늦게 일허고 와서 책을 읽고 레포트를 쓰고 ‘여성농민의 삶과 민요’라는 졸업논문도 씀시롱 참말루 연애하듯 행복했어라, 어찌 어찌 새복밥 묵어감시롱 다닌 덕에 2년 만에 졸업을 허는디 전주에서 공부만 허는 아짐씨들이 휘둥그레 허게 쳐다보더랑께요. 흐흐
2004년에는 뜬금없이 ‘구림면지’ 편집을 맡았어라. 기냥 문장 교정만 봐 달라는 부탁에 넙죽 받아 들였다가 장장 2년여 넘게 매달려버리게 되었응게! 구림면지가 뭐냐믄 구림의 각 마을 이름은 워쳐코롬 만들어지고 구석구석은 어떻게 생겼는지, 고개이름 바우이름들 조사허고 당산제는 어떻게 허는지도 알아보고 우람한 당산나무의 나이도 캐묻고 전설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그들도 어르신들께 짯짯이 물어봐야 쓰고 마을의 자랑거리, 효부 효자들도 빼묵으면 안 되지라. 의병운동허신 분들도 찾아보고 헐라믄 정신없이 바쁘제라. 사진은 또 월매나 찍으러 빨빨거리며 한 마을을 수십번도 더 가야 허고 이장님들 귀가 닳도록 전화혀서 물어보고, 워메! 다시 허라고 허믄 못할 것 같아라. 그려도 거짓뿌렁 한나도 안보태고 후회는 없구만요. 누군가가 대놓고 황호숙이 시골로 시집와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허는디 맞구만요. 그 작업을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제겐 소중한 사람들이고 시방도 순창군 문화관광 해설사를 험서 즐겁게 일헐수 있는 밑바탕이랑께요.
구림면지 작업 끝내고낭게 갑자기 학원 선생님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이 들어 왔지요, 지가 선생님이 엄청 되고 싶어했기에 거의 일년이 되어갈때까지 참 가심 두근거리며 수업 들어갔네요. 그리고 아버님이 아프시고 그 와중에 틈틈이 독서논술 2급 자격증을 인터넷으로 땄지요. 병간호 하며 교육 영상 크게 틀어놓고 공부하다 냄비도 태워먹고.
그 이듬해 구림초등학교에서 독서논술 강사를 시작하게 되었는디 하늘로 날아갈 듯 하다는게 워떤 기분인지 알겠드라구요. 노래로 만들어진 시를 공부하고 인디언 이름을 만들고 삼국유사로 연극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아이들이 가진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게 할까 라는 고민을 험서 겁나게 가슴이 뽀개지도록 행복했던 나날들이구만요. 고 먹머루빛 눈망울을 혀갖고 디지게 장난만 치던 고녀석들이 너무 그리워라. 그림책 강사 자격증도 땄고 그림책 놀이 강사자격증도 이번 2월에 따게 된다면 다시금 아이들과 함께 해보구 싶네요. 으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서울떽헌티 황홀한 기회가 주어진다면요.
우연찮은 기회로 순창고등학교에서 지난주부터 3회 문학수업을 하기로 되어 있는디요. 큭큭
시상에나 만상에나 서울떽 이름이 플랭카드에 걸려있어서 화들짝 놀랬구만요. 허벌나게 황홀해분디 속 빈 강정이 되면 워떡헌데 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순간도 허투루 보낼수 없는 귀헌 자산이 되겠지요. 맨날 마감날짜에 맞춰서 후다닥 쓰는 제 글을 읽으며 ‘나두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분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거짓뿌렁 한나도 안보태고 기냥 살아가는 걸 보여주드끼 씅게 긍가봐요. 좋은 현상이당께요. 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를 씀서 어깨가 으쓱해 지는 때이기도 허제라잉! 지는 올해는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소리를 꼭 꼭 듣고 자프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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