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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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명절 ‘설’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4.01.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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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상징하는 긴 ‘가래떡’ 동전처럼 썰어 ‘풍요’ 바라고 바느질ㆍ문종이 바르기ㆍ머리감기ㆍ빨래 금지하던 ‘설날’왜 떡국을 끓여 먹고 연을 날리고 널뛰기 하며 놀았나?

색동옷 갈아입는 ‘설’
“매년 정월원단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희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인다.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
중국의 역사서 「수서」와 「구당서」에서 기록한 우리나라 설에 대한 최초 설명이다. 설은 그 유래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오래전부터 중요한 명절로 꼽았다. 「고려사」에도 설날은 상원ㆍ상사ㆍ한식ㆍ단오ㆍ추석ㆍ중구ㆍ팔관ㆍ동지와 함께 9대 속절의 하나로 기록되어 있고 조선시대에는 한식ㆍ단오ㆍ추석과 더불어 4대 명절로 여겼다.
설날에 새 옷을 입는 것을 ‘설빔’이라고 하는데 어린 아이들은 알록달록 색동저고리를 챙겨 입혔다. 액땜을 하고 복을 받기 위하여 오방색(五方色)을 이어 붙여 입혔다고도 하고 승려들이 자신의 자녀와 다른 사람의 자녀를 구별하기 위하여 입혔다는 전설도 있다. 여인들이 바느질하고 남은 여러 색의 비단 조각을 모아 두었다가 이어 붙였다고도 한다.

예끼, 설에는 안 된다!
설에는 특히 삼가고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않아야 재앙을 막고 풍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설에 해서는 안 될 행위들은 바느질, 문종이 바르기, 재 치우기, 곡식 팔기, 개고기 먹기, 늦잠, 머리감기, 물동이 지기, 물질, 방망이질, 비질, 빨래, 손톱 깎기, 풀 쑤기 등이 있다. 설에 바느질을 하면 곡식 뿌리가 삭고 저승에 가서 홀어머니가 된다고 믿었고 설에 문종이를 바르면 돈 구멍을 막아 복이 못 들어온다고 믿었다. 또 재를 치우면 집안의 곡식이 빠져나간다고 믿었는데 대부분의 금하는 행위들은 공통적으로 한 해의 농사, 개인의 운수와 관련되어 있다.
이외에도 하면 안 되는 것들의 대부분은 여자들의 출입에 대한 것이었는데 단순히 부정 타기 때문에, 한 해 동안 재수가 없기 때문에, 그 집 병아리가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농사가 잘 안되기 때문이라는 등 지역마다 갖가지 이유를 들어 여자들의 바깥출입을 금했다. 남자들에 대한 금기도 있는데 설날에 상가에 다녀온 남자, 개고기를 먹은 남자는 남의 집에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 ‘복조리를 걸어야 복이 들어온다’, ‘설날 꼭두새벽 돌아다니다 처음 듣는 새소리가 까치 울음소리면 길조이고 까마귀면 흉조다’, ‘설날 밤 신발을 잊어버리면 야광귀라는 귀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어보고 맞으면 신고 가는 것이라 그해 재수가 없으니 신발을 감추거나 엎어 놓아야 한다’, ‘정초부터 기웃거리는 귀신을 쫓기 위해 체나 키를 지붕에 매달고 고추씨와 목화씨를 저녁에 태워 독한 냄새를 풍겨야 한다’, ‘널을 뛰면 그 해 무좀이 생기지 않는다’는 등의 소위 ‘믿거나 말거나’ 풍습은 지금까지도 시골 마을 어르신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담장 밖 엿보는 널뛰기
설에는 추위도 잊는 전통놀이를 즐긴다. 연날리기, 윷놀이, 널뛰기, 승경도놀이, 돈치기 등이 있는데 설에 즐기는 전통놀이는 대보름까지 이어진다. 설을 전후하여 세시풍속이 집중되어 있는 까닭은 정월이 농한기인데다 한 해가 시작되는 신성한 기간이기 때문이다. 신성한 기간에는 인간의 기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담겨있다.
전통놀이마다 각각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 먼저 연날리기는 집안의 액운을 연에 담아 멀리 날려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널뛰기는 주로 울안에 갇혀 살았던 부녀자들이 공중 높이 뛰어올라 담장 밖의 세상을 살펴보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정초에 널을 뛰면 일 년 동안 가시에 찔리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여겼다. 또한 시집을 가서 아기를 잘 낳으려면 처녀시절 널뛰기를 꼭 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한편,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하는 놀이로는 윷놀이, 풍물굿, 지신밟기, 석전, 차전놀이, 나무쇠싸움, 횃불싸움, 달불놀이, 달집태우기, 고싸움놀이, 도깨비놀이 등이 있다.

설날 떡국, 어슷썰지 말고 동그랗게
언제부터 설날 떡국을 먹기 시작했을까? 떡국의 유래에 대해서는 오래된 문헌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때를 알 수 없지만 「동국세시기」와 「열양세시기」에 설날 아침에 반드시 떡국을 먹었고 손님에게도 떡국을 대접했다고 나와 있다.
하얀 떡국은 순수함과 밝음,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또한 긴 가래떡은 가족들의 무병장수와 부귀, 풍요를 상징한다. 다른 날 먹는 떡국과 달리 설날 먹는 떡국의 떡은 어슷썰지 않고 동전 모양으로 반듯하게 써는 이유도 재물복과 관련이 있다.
옛날에는 멥쌀을 쪄서 떡메로 쳐 손으로 길게 늘려 가래떡을 만들었다. 소고기로 국물을 내는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꿩고기를 이용했다. 아직도 전라도 지역에서는 꿩떡국을 많이 끓여먹는데 지역별로 다양한 재료로 떡국을 끓여먹는다. 경기도 개성에는 조랭이떡국, 충청북도는 미역생떡국과 다슬기생떡국(올갱이날떡국), 강원도는 만두떡국, 충청남도는 구기자떡국과 닭생떡국, 경상북도는 태양떡국, 전라북도는 두부떡국과 생떡국, 경상남도는 굴떡국, 전라남도는 꿩떡국, 제주에는 톳떡국이 있다고 한다.

세계의 ‘설음식’
우리나라의 떡국처럼 각 나라별로 설음식이 있다. 이웃한 일본에서는 맑은 국물에 떡을 넣은 오조니라는 요리와 오세치 요리를 먹는다. 오세치는 각종 고급 해산물과 야채조림, 초밥 등 각각 풍작, 건강, 자손번창을 의미하는 일본 요리를 찬합에 담아 사흘 동안 먹는 명절음식이다. 중국에서는 1월 1일부터 5일을 춘절(春節)이라 하여 명절로 보내며 만두를 빚어먹고 러시아에서는 새해가 되면 ‘윗가(보드카)’라는 술을 마시면서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한다. 인도에서는 설날에 온 가족이 마당에 모여 냄비에 우유와 쌀을 넣고 죽을 끓여 무화과잎에 싸서 친지들에게 선물하고 베트남에서는 녹두와 돼지고기를 넣은 찹쌀떡을 바나나잎에 싸두었다가 대접한다. 이스라엘은 꿀에 담근 사과나 대추를 먹고 헝가리에서는 설날 점심 콩을 넣은 음식을 먹으면서 부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멕시코에서는 자정에 시계탑 종이 열두 번 울리는 것에 맞추어 포도알 열두 개를 먹고 이란에서는 시르(마늘)ㆍ세르케(식초)ㆍ십(사과) 등 이란어로 ‘시’로 시작하는 7가지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오방색> 동, 서, 남, 북과 중앙에 해당하는 다섯 가지 색. 동쪽은 청색, 서쪽은 흰색, 남쪽은 붉은색, 북쪽은 검은색, 중앙은 황색.
참고: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및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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